갈피 못 잡는 여당... 보선 패배 후폭풍에 "의견 수렴 중"

곽우신 2023. 10. 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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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전환에는 부정적 의견 다수... 대통령실 참모 교체·당정관계 재정립 요구 분출

[곽우신, 남소연 기자]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쇄신 방향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 및 임명직 당직자 사퇴를 요구하는 강경파와, 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되 혁신기구를 새로이 띄우는 온건파 사이 의견 조율이 잘 안 되는 모양새이다.

여당은 전날(12일)에 이어 13일에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후속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후 개별 최고위원을 1:1 비공개 면담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최고위 내부 갈등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가 줄을 이은 직후였다. 당은 오는 주말에도 별도의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윤재옥 "여러 경로 통해 의견 수렴... 김행 사퇴, 본인 스스로 잘 판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 국정감사대책회의를 마친 윤재옥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을 아꼈다. 현장에서 보궐선거 이후 당의 행보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으나 "원내대표가 전체적인 이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궁금하시겠지만 답을 드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그는 "당원들 또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그 걱정과 우려에 답해야할지를 지금 찾아내려고 당 대표를 중심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수도권 위기론'에 공감하는지 묻는 말에는 "어제(12일) 아침 메시지에서도 제가 '민심의 결과를 견강부회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라며 에둘러 이를 인정했다.

또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보궐선거 패배 이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의 입장이나 상황을 후보자가 잘 알고, 본인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본인 스스로 판단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비대위 구성, 혼란만 야기" "지금 지도부 역부족"

결국 관심은 책임의 무게 중심을 용산과 여의도 중 어디로 둘 것인지, 그리고 현 김기현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이다. 다만, 지도부 일괄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체제 전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기현 대표에게 이번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는 데 대해 "딱히 저는 누구의 책임을 묻고 가자는 것이 아니"라며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우리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하자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입장"이라고 거리를 뒀다.

비대위 전환에서도 "지금 소위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은 당에 혼란만 야기하고, 또 유승민 (전) 의원 이런 분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또 이준석 이런 분들이 나서서 이제 또 끌어내리기 위해서 온갖 일을 벌일 텐데"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많은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인정하는 사람이 당의 대표가 되고 그분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런 리더십을 발휘할 만한 분을 금방 찾아내기가 어려워서 과거에도 우리가 2020년에 총선에 실패하고, 그 다음에 황교안 대표가 그 자리에서 사퇴해 버리니까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라고 지적했다. "그동안에 당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라며 "이게 총선을 앞두고 그렇게 될 때는 훨씬 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윤희숙 전 국회의원 역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 체제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일상적인 지금 국회의 기능이 지금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잖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는다거나 아니면 총선을 준비한다거나 이런 것은 지금의 지도부로서는 역부족"이라며 "지금 가장 중요한 앞으로의 쇄신책, 총선 기획 이런 것들은 기존 지도부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분리하고, 배제하고 그 사람을 찾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유책 당사자들이 '앞으로도 잘하겠다'라고 얘기하는 게 국민들한테 어떤 울림을 주겠냐"라며, 현 지도부를 유지하되 별도의 혁신기구를 띄우는 방향을 지지했다.

"지금 상황 유지되면 총선 실패는 맡아놓은 당상"

결과적으로 '당정관계' 재정립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윤 전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당정 관계도 지금 제대로 생각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지금 (당이) 끌려가기만 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인 거잖느냐"라고 지적했다. "당정 관계도 재수립을 해야 되고, 재수립을 하겠다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성을 받아야 되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어 "대통령께서도 저는 당연히 지금 돌아보고 계시다고 생각한다"라며 "내(윤 대통령)가 어떤 참모들한테 '이건 어때'라고 물어봤을 때 참모들이 나를 말리지도 않았다. 또는 뭐 내 심기만 보호하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을 지금 대통령이 계속 끌고 가면 지금 구조가 계속된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 인사도 교체해야 한다는 제언이었다. "대통령께서 그 부분을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면 내년 총선 실패하는 거는 맡아놓은 당상"이라고도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같은 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와의 인터뷰에서 김기현 대표 체제 유지 여부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저는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정말 꼭 해야 될 일이 첫 번째로는 지금 현재 우리 당이 처해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 그 다음에 또 두 번째로는 국민들께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 그 다음에 또 세 번째는 그에 맞게 당을 바꾸는 일에 정말로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게 제일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당과 용산 (대통령실)과의 차이점은 뭐냐 하면 용산은 민심과 접점이 사실은 없지 않느냐?"라며 "그런데 당은 지역구 의원들이 있어서 누구보다도 민심을 잘 안다. 그래서 당이 해야 될 일은 민심과 만약에 다른 그런 결정이라든지 발언이 용산에서 나오면 그 점에 대해서 올바로 지적하고 정확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 점에서 저는 좀 부족했다"라며, 당이 대통령실을 적절히 견제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김 대표에게 "이제부터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지금 이번이 정말 중요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일을 해야지 당도 제대로 가고 용산도 제대로 가고 그래야지 국민과 국가가 성공할 수 있을 거 아니겠느냐?"라고 이야기했다. 용산 대통령실에 끌려가지 말고, 필요할 때는 '쓴소리'를 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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