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 내주 깜짝 발표…다가온 총선 영향일까
의료계 “의대 정원 늘려도 필수·지방의료 안 오는데…”
정부가 내주 2025년도 대학입시부터 반영될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한다. 연 500명 넘게 증원하는 안이 유력 검토된다.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지만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다. 내년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할 가능성이 있다. 필수의료·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의사 인력이 보톡스, 필러, 피부 레이저 등 미용시술로 빠져나가지 않게끔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연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증원 규모는 의약분업으로 의사들 반발에 따라 줄었던 351명(10%)을 원상 복귀시키는 안, 이보다 많은 500여명을 늘리는 안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의료계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려 의대 정원 확대를 협의해왔고, 지난 8월부터는 사회적 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의료계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수요자 등을 아우르는 논의를 해왔다.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 숙원 사업이면서 동시에 찬성하는 여론이 거세다는 점에서 500명 넘게 늘리는 방안이 검토된다.
의대 정원 확대는 2025년도 대학입시부터 반영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대 정원 규모는 2025년 입시부터 늘어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우리나라 필수의료·지방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빅5 병원조차도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 기피과의 전공의 지원은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지방 종합병원이 3억~4억원 수준의 연봉을 제공하겠단 의사 구인 공고를 여러 차례 올려도 미달이 속출하는 건 일상다반사가 됐다. 또 인구 고령화로 의료 공급자 대비 수요자는 폭증하면서 의료 공백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태부족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13.6명)의 56% 수준에 그쳤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씩 파격적으로 늘려도 2035년에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한의사 제외)가 2.88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2035년 OECD 국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4.5명의 64%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의료계는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파격적인 필수의료·지방의료 살리기 정책이 없으면, 의사 인력이 성형외과·피부과 과목의 1차 의료기관으로 이탈하는 현상을 막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필러, 보톡스 등 미용 시술이 필수의료보다 난도가 낮고 벌이도 좋기 때문에 갓 면허를 딴 의사들마저 미용 개원가로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의료 공백은 정책의 부재이지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비급여 진료 비중이 높은 성형외과 등 과목이더라도 진료비, 의약품 등 일부는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탓에 되레 건강보험 재정만 축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공개한 ‘대국민 의료현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과반은 의대 정원을 300~1000명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0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24.0%에 달했다.
의료계는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파업으로 맞설 가능성도 있다. 2020년 지난 정부에서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릴 계획을 발표하자 의료계 파업이 일어나면서 정책 실행 계획은 무산됐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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