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이적' 도로공사, 젊어진 디펜딩 챔피언

양형석 2023. 10. 1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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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⑦] 김천 한국도로공사 히이패스

[양형석 기자]

스포츠에서는 5전3선승제의 단기전에서 2패를 먼저 당한 팀이 3연승을 거두며 시리즈에서 승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2패를 먼저 당했다는 것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상대보다 약하다는 의미이고 기세에서도 상대에게 눌렸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2023 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2패를 먼저 당했던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게 3연승을 거두며 역전우승을 거두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규리그 27승9패로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과 20승16패로 3위를 기록한 도로공사는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2차전까지 1-3, 0-3으로 패했지만 김천으로 자리를 옮긴 후 대반전이 일어났다. 3,4차전을 나란히 3-1로 승리하면서 분위기를 바꾼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의 홈구장인 인천에서 열린 5차전에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V리그 역사에서 누구도 하지 못했던 '챔프전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우승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시즌이 끝나고 5명의 핵심 선수가 FA자격을 얻은 도로공사는 토종에이스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 최고령 선수 정대영(GS칼텍스 KIXX)이 나란히 팀을 떠났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비 시즌 동안 영리한 보상선수 지명과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누수를 최소화했다. 과연 통산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성적과 세대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기적의 '챔프전 리버스 스윕'으로 V2 달성
 
 도로공사에서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이끈 배유나는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지만 도로공사 잔류를 선택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몇 시즌 동안 도로공사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한결 같은 선수구성이었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2019-2020 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한 이효희 세터(도로공사 코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5년 이상 호흡을 맞췄다. 주전 선수 대부분이 30대 이상의 베테랑들로 구성돼 있어 주전들의 평균연령이 높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그만큼 호흡이 잘 맞고 경기를 풀어가는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장점도 분명했다.

도로공사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2021-2022 시즌 32경기에서 24승8패로 승률 70점을 따내며 7개 구단 중 2위를 기록했다.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기록한 팀은 역대 최다승점 기록(82점)을 세웠던 정규리그 1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2승4패) 뿐이었고 나머지 5개 구단을 상대로는 모두 우위를 보였다. 특히 흥국생명과 페퍼저축은행 등 하위 2개 팀에게는 각각 6승 무패와 5승 무패로 확실한 우위를 점하며 착실히 승점을 적립했다.

도로공사는 2021-2022 시즌이 끝나고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이 유럽리그로 떠나며 재계약이 불발됐고 FA자격을 얻은 이고은 세터(페퍼저축은행)는 이적을 선택했다. 다행히 2021-2022 시즌 신인왕을 찾지한 '유교세터' 이윤정이 새 주전 세터로 자리 잡았지만 새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 요비치로는 775득점을 책임지던 켈시의 자리를 메우기 힘들었다. 결국 도로공사는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를 V리그 경력자 캐서린 벨로 교체했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선수 교체는 도로공사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새로 합류한 캣벨은 준수한 활약으로 도로공사의 새로운 주공격수로 자리 잡았고 도로공사는 캣벨 합류 후 18경기에서 11승을 따내며 봄 배구 막차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2위 현대건설을 단 두 경기 만에 가볍게 제압하고 챔프전에 진출해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을 상대로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며 2017-2018 시즌에 이어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 캣벨은 챔프전 5경기에서 38.43%의 공격성공률로 112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을 선보이며 챔프전 MVP에 등극했고 큰 경기에서 더 강해지는 '클러치박' 박정아도 87득점을 기록했다. 정규리그에서 블로킹 2위(세트당 0.77개)에 올랐던 배유나도 세트당 0.60개의 블로킹과 함께 56%의 속공 성공률과 39.39%의 이동공격 성공률로 61득점을 올리며 캣벨,박정아와 함께 도로공사의 '삼각편대'로 활약하며 역전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젊은 선수 대거 영입, 세대교체 원년?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도로공사에 입단한 김세빈은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힌다.
ⓒ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도로공사는 그 어느 시즌보다 극적으로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지만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주력 선수 5명이 FA자격을 얻어 박정아가 페퍼저축은행으로, 정대영이 GS칼텍스로 팀을 옮긴 것이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박정아의 보상선수로 이고은 세터를 지명하는 '묘수'를 발휘했고 이고은을 다시 페퍼저축은행으로 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젊은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페퍼저축은행의 2023년 1라운드 신인지명권을 얻어왔다.

'박정아의 유산'으로 최고의 성과를 얻은 도로공사는 이어진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태국 국가대표 출신의 2000년생 아포짓 스파이커 타나차 쑥솟을 지명했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198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세르비아의 아포짓 스파이커 반야 부키리치를 지명했다.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선택한 두 명의 아포짓 스파이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지는 김종민 감독에게 주어진 숙제다. 

도로공사는 지난 8월 정관장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아웃사이드히터 김세인과 세터 안예림을 보내고 아웃사이드히터 고의정과 박은지 세터를 영입했다. 181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고의정은 좋은 서브와 과감한 공격력을 겸비한 선수로 도로공사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박은지 세터 역시 인삼공사 시절 교체선수로 출전해 과감한 토스워크를 선보인 바 있어 도로공사에서도 이윤정의 백업으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이번 시즌 도로공사에서 배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선수는 바로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게 된 루키 김세빈이다. 이고은 트레이드 때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받아온 지명권으로 선발한 김세빈은 1990년대를 주름 잡았던 거포 김남순의 둘째 딸로 아포짓 스파이커였던 어머니와 달리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다. 도로공사에서는 장기적으로 정대영과 배유나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유망주로 꼽힌다.

박정아와 정대영, 캣벨이 빠진 도로공사는 분명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약해졌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전력으로는 두 시즌 연속 우승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매 시즌  끈끈한 배구를 선보이며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올렸고 이는 부키리치, 타나차, 최가은, 김세빈 등 젊은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시즌 도로공사의 성적을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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