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 예방하는 '위기가구 발굴' 현장 공무원은 과부하…"비효율적 시스템 보완해야"
'찾아가는 복지팀' 1인당 95가구 담당
기존 업무 병행에 만나는데 어려움도
"민·관 협력 지역 밀착형 발굴 필요"
12일 오전 10시40분 서울 관악구 행운동 복지팀 이지은 주무관과 관악구청 복지정책과 정치화 주무관은 위기가구 대상자인 80대 여성 김모씨를 방문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나섰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는 췌장암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지난 1월 관악구의 위기가구 발굴을 통해 긴급 의료비 지원을 받아 수술받고 퇴원했다. 이날 김씨가 퇴원 후 생활을 이야기하고 주무관들이 김씨의 치료와 거주 상황을 돌아보는 동안 상담 시간은 30분을 넘었다.
두 사람처럼, 시·도 자치단체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서 위기가구 발굴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들은 위기가구에 대한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스템 한계, 인력 부족, 다른 업무 병행 등으로 인한 한계를 지적한다.
13일 본지가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전담 공무원의 1인당 담당 위기가구 조사 대상자 수는 지난해 95.3명으로 나타났다. ‘찾아가는 복지팀’은 동마다 4~8명으로 구성되며 위기가구 발굴 업무와 복지 지원 서비스를 담당한다. 보건복지부는 1년에 6차례 단전, 단수, 건보료 체납, 금융 연체, 통신비 체납 등 위기 변수 정보를 분석해 위기가구 조사 대상자를 발굴한다. 이 자료와 지자체가 발굴한 자료가 읍·면·동 주민센터에 넘어오면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서 현장 방문, 우편, 전화 등을 통해 위기가구와 접촉한다.
2019년 63만3100명이던 국내 위기가구 대상자는 2020년 109만8100명으로 상승한 뒤 2021년 133만9900명, 지난해 120만8000명으로 계속 100만명을 상회한다. 올해도 지난 6월까지 68만5300명을 기록해, 연말까지 조사를 마치면 130만명 안팎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담당 인력은 여전히 위기가구 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1인당 담당 대상자는 2019년 전국 평균 66.3명이었지만 2020년 94.1명, 2021년은 113.4명이었다. 지방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는 1인당 218.1명, 울산은 192.9명, 대전은 151.3명, 대구는 150.0명, 세종은 121.8명을 한 명이 맡아야 한다.
1인당 담당 인구 증가와 함께 다른 업무와 병행하는 한계도 있다. 서울시의 한 담당 공무원은 "한두 달 안에 100가구를 조사해야 하는데, 병행하는 다른 업무 부담이 커서 충분한 조사를 하기 어렵다"며 "위기가구 주민은 원거리 일용직 등으로 집을 비우는 사람이 많아 근무시간 내에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정 주무관은 "위기가구 거주지인 서민 다세대 주택은 주소가 번지까지만 있고 개별 호수가 없는 우도 많아서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안내문 부착이 대안이지만 자신이 대상자임을 노출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한계를 노출하는 현장 복지행정은 시스템적 확충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기가구 발굴 관련 데이터가 나오기까지만 2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현장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기 어렵다"며 "지역사회 복지관 등이 지ㅈ자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기가구 징후는 임차인이나 주변인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위기가구 발굴은 지역 밀착형으로 하고 발굴된 대상자 조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식으로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관악구청은 공인중개사협회와 연계한 신통방통복지 플랫폼, 주민으로 구성한 희망발굴단을 만들어 위기가구 대상자를 찾는다. 지난 4월부터 진행한 이 플랫폼을 통해 20여 가구를 복지 제도에 편입시켰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체적인 공무원 조직 개편 과정에서 사회복지 전담 현장 공무원을 충원해 1인당 담당자를 대폭 줄여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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