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에 AI 쓰니 사용량 10배"…일자리도 지킨다는 어도비
‘편안한 거실’ 같은 텍스트를 입력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건 기본. 흑백 데생화를 ‘스타일 참고’로 선택하면, 클릭 한번에 거실 그림은 곧바로 흑백 데생으로 바뀐다. 어도비의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모델 ‘파이어 플라이’에 기반한 신기능 ‘생성형 매치’다.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어도비 컨퍼런스 ‘어도비 맥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AI였다. 회사는 자체 개발한 AI 모델 파이어플라이 3종과 신기능·업데이트 100여 종을 한 번에 공개했다.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어도비의 소프트웨어에 AI 신기능이 고루 스며들었다.
이뿐 아니라 특정 자세의 인물 사진을 입력하면 내 그림 속 인물이 그와 동일한 자세를 취하는 기술, 동영상에서 걸어가는 사람을 제거하거나 인물에게 바람에 나풀대는 넥타이를 매주는 기술 등, 개발 중인 신기술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파이어플라이에서 생성된 이미지는 10억 건에 달할 정도로 이용자의 관심과 기대가 높지만, 우려도 있다.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생성 AI 모델이 널리 쓰이면서 탄소 배출이 늘고, 일자리는 줄어들며, AI 기능을 이용해 다른 창작자의 화풍·스타일을 도용할 가능성이 커지는 점 등이다.
일라이 그린필드 어도비 디지털미디어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디파 수브라마니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마케팅 부사장을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만나 이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그린필드 CTO는 “어도비의 생성 AI는 뭐가 나올지 모르는 룰렛 돌리기가 아니라, 인간의 머리 속에 있는 아이디어와 일치하는 결과물을 얻는 과정”이라며 “지금 우리는 레이스의 출발선에 서 있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고객 반응은 어떤가?
A : 사용량이 예상치를 뛰어넘어, 몇 주간 동분서주하며 밤을 새워 인프라를 확장했다. 일반적인 기능을 추가했을 때보다 고객 채택률이 10배 이상이다. AI가 채색해주는 ‘생성형 다시 칠하기’로 수작업을 줄이고, ‘텍스트를 이미지로’ 기능을 통해서는 머릿 속으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브레인스토밍하는 사용 사례가 많다.
Q : 각종 AI 기능이 창작자의 고유한 스타일을 베끼는 데에 쓰일 위험도 있는데.
A : 기능과 함께 예방책도 함께 준비했다. 이용자의 책임에 대해 약관에 업데이트했고, ‘콘텐트 자격증명’(누가, 언제, 어떤 도구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정보 검증)을 확인해 문제 있는 샘플의 사용을 막고 있으며, 모든 사용 기록을 서버에 보관하고 있어 도용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사법기관에 기록을 제공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Q : 어떤 제도의 변화가 필요한가?
A : 아티스트가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저작권법이 필요하다. 어도비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정부에 이를 건의하고 협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내 스타일을 다른 이가 사용할 때 보상을 받는 식으로,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수익을 얻게 되기를 기대한다.
Q : AI 기술 발달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A : AI 기술이 태동할 때부터 어도비가 고민해 온 지점이고, 창작자 커뮤니티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창의적인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전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기업의 예산이 부족할 뿐이지, 콘텐트 수요가 부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자리 감소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Q : 생성 AI 기술로 전력 소모량이 폭증하고, 탄소 방출도 늘 텐데
A : AI 모델 크기를 최적화하고 서버 사용량을 줄이는 데에 회사가 크게 투자하고 있고, 기술 최적화에 전념하는 인력들이 있다. 모델 크기가 2배라고 성능이 2배가 되는 건 아니기에, 100여 개 이상의 다양한 크기 AI 모델을 토너먼트를 시키듯 성능을 비교·검증하기도 한다. 또한 AI 기술이 동일 업무에 대한 창작자 작업 시간을 대폭 줄여주기에,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측면도 있다.
Q : 이미지 AI 모델의 운영 비용은 얼마나 드나?
A : 비용은 매일 바뀌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지만, 초거대언어모델(LLM),보다는 훨씬 적게 든다. 최근 내부 엔지니어가 같은 비용으로 속도를 두 배 높이는 방법을 찾아내는 등,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AI 모델을 부분적으로는 클라우드에서, 부분적으로는 고객의 기기에서 실행하는 혼합형 방식도 연구하고 있다.
Q : 구글과 오픈AI가 준비하는 멀티모달(텍스트와 이미지를 모두 생성하는 AI)에 비해, 어도비 파이어플라이의 강점은?
A : 훈련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데이터로 학습했기 때문에, 파이어플라이 사용자들은 ‘이걸 상업적으로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확신하면서 쓸 수 있다. 동영상과 오디오 생성 AI 모델도 곧 출시하며, 2차원(D)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3D 작업 전환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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