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협조·보고서 은폐…‘연착륙’ 안 되는 오염수 논란

장정욱 2023. 10.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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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에도 수산업 피해 적어
방류 전보다 침착해진 사회 분위기
야당, 공세 지속하며 불안감 키워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8월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규탄하며 8·12 전국 집중 대회 개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오염수 방류가 애초 우려와 달리 해양 오염이나 수산물 소비 위축 등 직접적인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오염수 안전성과 정부 대응을 놓고 여전히 공방을 펼치고 있어 언제쯤 논란을 종식할 수 있을지 가늠조차 어렵다. 최근 정부가 원전 오염수에 대한 장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질병관리청 연구용역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은 더욱 거세질 분위기다.

12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양수산부 국감은 오염수 논란으로 도배했다. 특히 전날(11일)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염수 위험성은) 최소 20년 이상 장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 ‘다핵종 제거설비(ALPS) 정화 능력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가 없으므로 신뢰하기 어렵다’ 등의 내용을 담은 연구용역보고서 존재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와 야당 의원 간 대립각을 세웠다.

보고서는 질병청이 대한재난의학회에 의뢰해 2021년 12월 27일부터 2022년 5월 25일까지 연구했다. 제목은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다.

보고서에는 “100mSv(밀리시버트) 이하 저선량 방사선이 아직 인체에 직접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따른 국민 건강영향평가를 전향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 밖에도 ‘다핵종 제거설비(ALPS) 정화 능력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가 없으므로 신뢰하기 어렵다’,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간 추적조사를 통한 빅데이터 연구가 필요하다’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해양수산개발원이 한국환경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지난해 9월 만든 ‘원전 오염수 대응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 비공개도 논란이 됐다.

해당 보고서에는 원전 오염수 방류가 해양 생태계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내용과 일본 정부가 한국의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경우 한국이 패소할 가능성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수부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비공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비공개 결정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개입은) 전혀 없으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비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공개되면 외교 협상 전략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자체 판단에 따라 비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우리 정부가 요구한 4가지 권고 수용 안 해

지지부진한 일본과의 협상도 오염수 논란을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 전인 지난 7월 독자적인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일본에 4가지 기술적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요구한 내용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크로스플로우 필터 점검주기 단축 ▲알프스에 대한 연 1회 입·출구 농도 측정 때 핵종 추가 ▲방사선영향평가 관련 변경이 있을 때는 재수행 ▲주민 피폭선량 평가 가운데 실제 배출량을 토대로 평가·공개다.

해수부는 권고안을 두고 현재 일본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아직 없다.

박성훈 해수부 차관은 지난 10일 기자단 만찬 자리에서 이와 관련해 “2주 간격으로 실무자들이 가기도 하고, 현장에서 협상도 하면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협상에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일단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 측에서도 저희 노력과 상응하는 결과 내놓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했다.

차분한 사회적 분위기와 달리 정치권에서는 공방을 계속하면서 오염수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지 고민이다. 2차 방류까지 진행된 만큼 오염수 문제를 현실적이고 장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양 관련 연구기관 관계자는 “실제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고, 앞으로 30년 넘도록 계속된다는 점에서 안전성 공방만 계속하는 건 우리에게 이득이 될 게 없다”면서 “방사능 조사 등으로 (오염수) 방류에 대해 계속 대응하면서도 한편으론 우리 사회에서 오염수 문제를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정부와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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