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주춤 전기차 또 악재...세금폭탄 우려

안민구 2023. 10.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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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자동차세 기준 개편 착수
내년 상반기 개편안 마련
‘가격’ 위주로 바뀌면 전기차 세부담 ↑
업계 "전기차 시장 타격"
찻값이 약 1970만원이지만, 자동차세는 29만820원인 현대차 아반떼. 현대차 제공
정부가 현재 배기량을 기준으로 매기는 자동차세를 차량 가격 등으로 변경하기 위한 개편 작업에 착수하자, 국내 전기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2배 이상 비싼 전기차들이 자칫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또 다른 악재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눈치다.  

자동차세 기준 '배기량'에서 '가격'으로

12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한국지방세연구원과 함께 자동차세 개편 추진단을 구성하고 전문가·관계 부처 등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가 자동차세 개편에 나선 것은 대통령실이 지난 8월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자동차세 부과 시 적용되는 배기량 기준을 개선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당시 참여자의 86%가 자동차세 과세 기준 개편에 찬성했다. 가격이 저렴한 차량임에도 배기량이 크다는 이유로 자동차세를 더 내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국민은 보유한 차량 수마다 매년 지방세로 자동차세를 낸다. 자동차세를 매기는 기준은 자동차 엔진 배기량이다.

비영업용 승용차를 기준으로 배기량 1000㏄ 이하는 1㏄당 80원, 1600㏄ 이하는 140원, 1600㏄ 초과는 200원 등이다.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는 '그 밖의 승용차'로 분류돼 10만원 정액이 부과된다. 이 같은 방식은 1990년 도입됐다.
찻값이 1억4000만원에 달하지만, 자동차세는 13만원에 불과한 테슬라 모델X. 테슬라코리아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값비싼 수입 전기차가 국산차보다 세금을 덜 내는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실제 배기량 3500cc인 제네시스 G80 3.5는 약 6000만원대의 가격에도 매년 세금 부담이 90만2200원, 2000cc인 쏘나타(약 2800만원)는 51만9740원, 1600cc(약 1970만원)인 아반떼는 29만820원이었지만, 찻값이 최소 1억1500만원부터 시작하는 테슬라 모델S는 지방교육세를 포함해도 세금이 연간 13만원에 불과했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비교했을 때도 배기량 2000cc인 쏘나타와 약 7600만원인 벤츠 E300의 연간 자동차세가 같았다.

자동차세 개편을 통해 배기량 대신 차량 가격을 고려할 경우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비교적 가격이 비싼 수입차와 중량이 무거운 전기차일수록 부과되는 세금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기차, 또 대형 악재 만나나

문제는 차량 가격에 비례하는 세제가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개발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전기차를 타는 소비자들은 제도 개편으로 세금이 늘어날까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는 고가의 배터리가 들어가 비슷한 크기의 내연차와 비교해 20~30% 더 비싸, 가격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매기면 지금보다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기·수소차에 대해서는 친환경차 보급 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30년 450만대 전기·수소차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수준의 자동차세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보조금 축소와 전기 요금 상승으로 인한 총소요비용(TCO) 상승,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자동차세 등 유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은 전기차 구매를 기피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기차 누적 신차등록 대수는 11만761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2230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친환경 정책 달성을 위해 오스트리아,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전기차에 자동차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으며, 독일은 10년, 이탈리아는 5년간 면세 이후 50~75%의 경감된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세형평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가격기준과 국제추세, 친환경 정책에 부합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 등을 혼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차량 가격 외에 탄소 배출량이나 차 무게 등 세금 부과 기준을 복수로 두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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