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원유 수출대금 재동결...'하마스 고립' 외교전도 착수
미국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의 배후로 언급되는 이란을 대상으로 약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원유 수출대금을 재동결했다. 앞서 양국 간 수감자 교환협상 과정에서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을 돌려주기로 한 지 불과 몇주 만이다. 미국은 이스라엘 지지 방침을 재확인하며 하마스와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대중동 외교전에도 본격 착수했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12일(현지시간) 하원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미국과 카타르 정부가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60억달러를 이란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이란은 더 이상 자금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돈은 아무 곳으로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은 하마스를 오랜 기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수감자 교환 협상을 통해 인도주의적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약속하에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동결을 해제하고, 카타르 은행으로 이체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공화당을 중심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이란 유화정책에 대한 비판과 해당 자금이 테러단체 지원 등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이란이 이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고 언제든 재동결 등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항변했으나, 민주당 의원들까지 비판에 가세하자 결국 조치에 나서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해당 자금을 영구 동결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이번 조치가 하마스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징후를 확인한 데 따른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간 미 당국자들은 이란이 하마스의 이번 기습공격에 개입했는지 분명한 정보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NYT는 수개월간 수감자 교환협상을 진행했던 이란 지도부를 격분시킬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WP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힘들게 타결한 합의를 깨고 자금 재동결에 나서면서 지정학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은 합의를 철회할 수 없다"면서 "해당 자금은 당연히 이란 국민의 정당한 소유이며, 이란 정부가 이란 국민들을 위해 제재 대상이 아닌 승인된 필수품을 구매하도록 지정됐다"고 반발했다.
중동 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 지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만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이 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면담했다. 면담 직후 그는 "나는 미국 국무부 장관뿐 아니라 유대인이자 남편이자 아버지로 여러분 앞에 섰다"면서 "미국은 항상 이스라엘 옆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에 이어 요르단,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을 순방하며 각국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중동 일대에서 하마스와 그 배후로 지목받는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일종의 외교전으로 분석된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으로 평가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아바스 수반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미국이 앞서 이스라엘을 향해 잔인한 기습 공격을 감행한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 정파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사한 셈이다. 그는 "이 모든 활동을 통해 각국이 분쟁의 확산을 막는 데 힘을 보태고, 인질들이 즉각적이고 무조건 석방되도록 각국이 가진 하마스에 대한 지렛대를 사용하길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에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다음날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비롯한 내각 인사들과 면담해 이스라엘의 작전 계획, 목표, 안보 지원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앞서 이스라엘에 탄약 등을 지원하는 동시, 세계 최대 핵 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함을 비롯한 항모 타격단도 전진 배치한 상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