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너 고민 덜어준 '유커'…올리브영 매출늘자 승계작업 탄력

이민지 2023. 10. 1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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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방한에 명동 지역 中 매출 800% 신장
경기 침체에 '고가' 면세점 < '중저가' 올리브영
"IPO시 기업가치 5兆 전망…승계 재원 마련 핵심"

CJ올리브영이 ‘K-뷰티’ 쇼핑 일번지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K-콘텐츠 흥행에 힘입어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가운데 CJ올리브영이 외국인들의 쇼핑 수요를 대부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들도 고가의 화장품들이 즐비해 있는 면세점보다 중저가의 다양한 상품이 입점해 있는 CJ올리브영을 먼저 찾고 있다. CJ올리브영은 CJ그룹 승계 작업의 핵심이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이는데, 덩치가 커질수록 CJ 오너일가의 주머니는 더 두둑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 업고 매출 3조 뚫나

13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유커의 한국 방문이 허용된 8월 1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서울시 중구 명동 지역에 위치한 6개 점포의 중국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82%, 전체 외국인 매출은 500%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커 방문과 맞물려 개인 관광객들도 몰려오면서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면세점의 경우 송객수수료 정상화에 따른 보따리상(따이궁) 매출이 줄면서 중국인 매출액은 오히려 꺾였지만, CJ올리브영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CJ올리브영이 중국 관광객들에게 더 인기 있는 이유는 다양한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다. 소비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저가 미용 제품이 잘 팔리는 ‘립스틱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 상황을 보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인해 소비 여력이 감소한 상태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상반기엔 일본이나 북미 쪽 고객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인 고객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소비침체 영향으로 기존 면세점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독주 체제 굳힌 CJ올리브영은 외국인 매출까지 더해지면서 연간 매출액이 3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만 1조7966억원을 벌었는데, 지난해 매출액(2조7800억원)의 65%에 달하는 수치다. 2021년 ‘연간 매출액 2조’ 달성 이후 2년여 만에 ‘3조클럽’ 달성이 확실시된다.

‘승계 자금줄’ CJ올리브영

CJ올리브영의 덩치가 커지면서 CJ그룹의 승계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장자 승계원칙 아래 장남인 이선호씨가 CJ제일제당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 경영리더 자리를 맡아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승계 작업의 완성은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력 확대다. 반기보고서 기준 CJ그룹 지주사 CJ는 이재현 회장이 42%로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선호 경영리더(3.2%), 누나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1.47%), 나눔재단(0.56%), 문화재단(0.43%) 순이다.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선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를 활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CJ올리브영이 승계 지렛대로 꼽히는 것도 이 지점이다. 현재 이 경영리더가 보유한 CJ올리브영 지분은 11.04%이다. 최대 주주는 CJ(51.5%)이고 이어 재무적투자자(FI)인 코리아F&B홀딩스(22.56%), 이경후 경영리더(4.21%), 이 회장 동생 이재환 전 CJ 부회장(4.64%) 순이다.

CJ올리브영 지분을 활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하나는 CJ올리브영 상장을 통해 구주매출(기존 주주의 지분을 파는 것)로 직접 주식을 매입하거나 이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아 증여세를 내는 방법이다. 2020년 CJ올리브영이 프리IPO(상장 전 자금 유치)로 국내 증시 데뷔를 준비했을 당시 증권가에서 평가한 CJ올리브영의 기업 가치는 약 2조원이었다. 분기별 점포당 매출액은 2억원 수준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CJ올리브영의 점포당 매출액은 분기마다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올해 2분기 점포당 매출은 5억5000만원으로 연간 기준 2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영의 신규 출점 효과와 점포당 매출 증가 효과는 2024년 하반기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IPO와 승계에 필요한 CJ올리브영의 변화는 이때 모두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기업가치는 4조원에서 최대 5조원까지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J와 합병 시나리오도 있다. CJ올리브영과 CJ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합병하는 것이다. 예컨대 CJ그룹의 시총(12일 종가 8만200원 기준)을 2조4000억원으로 두고 CJ올리브영의 가치를 5조원으로 계산했을 때 이 경영리더(지분 11%)의 지분 가치는 5500억원 수준이다. 단순 비교했을 때 이를 통해 이 경영리더가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CJ 지분은 23%다. 기존 지분과 합치면 보통주만 놓고 보았을 때 CJ 지분을 25% 넘게 확보할 수 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이선호 경영리더를 위한 CJ그룹

다만 CJ 올리브영 상장이 곱게만 비치지 않는 것은 오너 일가의 승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CJ그룹은 오랜 기간 비상장 자회사를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며 이 경영리더가 지분 교환을 통해 CJ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해왔다. 올리브영 IPO 역시 회사의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보다는 구주매출을 통해 이 경영리더가 단기적으로 사익을 얻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배당 확대에 나선 CJ의 행보도 사실상 승계용에 가깝다. 배당 확대는 본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기업에 긍정적이지만, CJ엔 승계 자금 확보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따라붙고 있어서다. 행동주의 펀드 한 관계자는 "CJ의 경우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저평가가 꼬리표처럼 붙어있던 곳으로 업계에서도 말이 많았던 기업"이라고 귀띔했다.

CJ는 지난해 연말 결산 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2500원, 우선주 1주당 2550원, 신형우선주(CJ4우)는 1주당 2500원을 지급했다. 그간 배당 정책에 냉소적이었던 CJ였지만, 지난해는 전년 대비 순이익이 15% 감소한 상황에서도 배당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 경영리더는 CJ 보통주 3%, 신형우선주 29%를 보유하고 있어 지난해 배당으로만 약 54억원을 받아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형우선주의 경우 지금은 의결권이 없지만, 10년이 지난 시점에 보통주로 전환 가능한 주식이다. 현금 확보는 물론 훗날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긍정적이다.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IPO시 신주 발행은 회사로, 구주 매출은 주식을 보유한 사람한테 자금이 가게 돼 있다"며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는 회사가 신주 발행을 포기하고 구주매출 비중을 키웠다면 그 행위가 회사에 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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