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사드 정보실패' 교훈 삼아 국가정보역량 강화 나서야
폐지와 대공수사권 이관에 '몸살'
중동 사태 타산지석 삼아 공백 메꿀
대책 마련에 국가 차원 지혜 모아야
팔레스타인 무장 강경파 하마스(HAMAS)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의 불똥이 모사드(MOSSAD)로 튀고 있다. 하마스가 최소 1년간 이를 준비했으며, 이란으로부터 무기와 군사훈련을 지원 받았을 것으로 추정됨에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사드는 대(對) 아랍 정보수집 능력은 미국 CIA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 전설적인 이스라엘 정보기관이다. 그동안 나치 전범 아이히만 체포, 뮌헨 올림픽 선수단 살해 아랍 게릴라 암살, 우간다 엔테베공항 인질 구출 작전 등 수많은 비밀공작으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모사드의 힘은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무한한 신뢰에서 나오고, 세계 각지의 유대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휴민트(HUMINT)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이 두 가지가 모두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은 이스라엘 사회의 내분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극우 정당과 연정한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 무력화 등에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격렬히 반대해 왔으며, 이런 불화가 첩보의 구멍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모사드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첩보활동 수단을 디지털로 대폭 전환하면서 이전까지 구축된 휴민트 망이 약화 되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강경파와 아랍 적성 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북한이라는 명확한 주적을 두고 있는 데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잠재적 위협 세력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안보 환경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모사드의 정보 실패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정보기관은 국정원이다.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태동한 모사드와 그 출발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해야 하는 현실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5·16 군사정변을 계기로 창설되었다는 태생적 한계와 정치개입 및 인권침해와 같은 숱한 논란 속에서도 명칭 변경과 일부 직무 조정이 있었을 뿐 그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 국정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단행된 '국내보안정보 활동 폐지'와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보에는 국내와 해외의 영역 구분이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과는 달리 전 세계 모든 정보를 커버할 필요도 없고 감당할 수도 없다. 가장 중요한 정보 목표는 북한이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북아 국제질서 속에서 살아남는 길을 찾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해외·북한·국내 정보의 융합이 갖는 시너지 효과가 큰 국내 보안정보 활동 폐지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이다. 오랜 기간 내사와 잠복·추적이 필요한 대공수사의 특성에 비춰볼 때 치안정보와 강력범죄 수사로 특화된 경찰이 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대공수사 활동 과정에서 얻어지는 휴민트의 붕괴다. 북한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폐쇄적이다. 스파이 교범에서 가르치는 휴민트 망 부식이 근원적으로 불가능한 사회다. 그동안 국정원의 대공수사는 이를 극복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간첩 수사나 북한 이탈주민 심문 과정에서 축적되는 다양한 인적정보나 역용공작을 통한 첩보수집이 첩보위성 등 데킨트(TECHINT)에 강한 미국의 대북 정보보다 우위를 점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모사드의 정보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정원의 정보역량 강화 방안이 시급하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폐지된 국내 보안정보나 대공수사권을 무조건 부활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신에 그 공백을 메꿀 수 있는 대책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예기치 못할 도발에 직면할 경우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정파적 이해 관계를 떠나 국가 차원에서 지혜를 모으고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이다.
글/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학과장, yeom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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