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철 “미완의 검찰개혁, 총선이 변곡점…국민 심판 절실”
순천발전 그랜드마스터플랜 제시…‘여순특별법’부터 ‘의대설치법’까지
“나 같이 전관예우 안 받는 선배 검사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11일 국회 법사위 국감이 한창인 가운데 짬을 내 인터뷰에 응한 소병철 민주당 의원의 소신 발언이다. 정치적인 영역을 제외하고 검사로서 관료상 오를 수 있는 최상단 검사장을 역임한 그는 퇴직하면서 ‘전관예우’ 기회를 스스로 내려뒀다.
퇴임 검사장의 경우 적어도 수백억 원의 연봉을 보장받는다고 가정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인데 그는 올곧이 검사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스스로 증명하며 용기 있는 선배 검사의 모습을 보였다.
검찰과의 악연으로 당 내부에서는 검찰 출신 의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지만, 그는 민주당이 ‘삼고초려’해 특별히 영입한 인재다. 후반기 국회에서는 법사위 간사로 활약 중이다.
그는 “내년 총선이 검찰 개혁의 불씨를 살릴 기회이자 최소한의 기회”라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엄중하고 현명한 국민의 판단이 대한민국 정상화에 촉발제가 될 것이라며 연신 당부했다. 11일 국회 법사위 소회의실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소 의원과 말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다음은 소 의원과 인터뷰 일문일답.
-여러 번 고사 끝에 정치 입문했다. 결정적 입문 계기는
▷처음 제안이 왔을 때 ‘무슨 정치냐’면서 고사했다. 하지만 ‘퇴직했더라도 검찰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분인데 국민 앞에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흔들렸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컸던 시기인데 만약 거부한다면 비겁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보일 거라 판단했다. 또 된장찌개 한 그릇 먹고 늦은 밤까지 민생 사건 수사를 위해 일하는 다수 후배 검사들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현실의 인식을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도 바탕이 됐다.
-검찰 개혁 기치를 들었지만, 작금의 상황은 의도와 다른 것 같은데
▷수년 전만 해도 ‘검찰 권력이 너무 강하다’ 견제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많았다. 국민적 요구도 컸다. 하나 검찰총장과 갈등,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 통과 등을 거치며 여론이 조금 변해 지금은 개혁보다 특정 검찰 수사 사건 자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함없는 건 검찰의 권력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 총선이 중요하다.
-어떤 점에서 중요하다고 보는지
▷윤석열 정부하에서는 검찰개혁은 사실상 어렵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총선에서 윤 정부의 일방통행을 멈춰야 한다. 총선서 지난 2년간의 윤 정부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은 3년이 달라질 것이다.
-검사와 정치인 역할 중 뭐가 더 어렵나
▷정치가 더 어려운 것 같다. 검사는 비리나 범죄를 밝히는 역할이고 제한된 대상을 상대한다. 국회의원은 국가 미래·국민 행복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상대 정당, 언론, 전 국민과 마주해야 한다.
-후반기 국회서 법사위 간사를 맡았다. 역할이 엄중한데
▷법사위는 17개 상임위 법안이 거쳐 가기에 빠른 심사가 중요하다. 정쟁과 법안 심사를 연결하면 곤란하다. 정점식 여당 간사와 호흡을 맞춰 ’협치‘의 태도로 민생 법안들은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 지난 세 달간 중대 범죄사 신상을 공개하는 10여 건의 법안을 묶어 의결했고, 소위원장으로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 13건을 하나로 만들어 냈던 게 대표 사례다.
-임기 중 기억 남는 의정활동이 있다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과 ‘전남지역의과대학설치법’ 발의, ‘애니메이션 클러스트’ 순천 유치 등을 꼽겠다. 모두 순천발전 그랜드마스터플랜에 포함된 내용이다. ‘여순특별법’ 제정으로 지역 발전 토대를 만들고, 정원만박람회법으로 성공적 박람회 개최와 사후 활용방안 제시했다. 순천 애니메이션클러스터 조성 및 순천대 첨단공학관 유치로 청년일자리창출과 창의력 넘치는 도시 기틀 마련의 계기를 만들었다. 끝으로 ‘남해안권특별법’ 통해 순천을 남해안권의 경제·생태·창조·청년 수도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게 기억에 남는다.
-끝으로 ‘정치’란 어떤 의미인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순천시민을 위해 열심히 할 책임이 있고, 더 나아가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역사는 항시 우리에게 질문한다. 그대는 어디에 서 있으며, 과거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현재 무엇에 공헌하고 있으며, 후손을 위해서 무엇을 남기려느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 글귀를 마음에 새기고 있다. 임기를 마쳤을 때 ‘정치를 하려면 소병철처럼 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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