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트위터 발굴해 키운 큰손…a16z 콕 찍은 한국 스타트업 [팩플]

윤상언 2023. 10.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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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쿠퍼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매니징 파트너가 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인터뷰했다. 윤상언 기자

“게임과 웹3 분야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리더십을 발휘할 분야입니다. 게임 제작을 혁신할 인공지능(AI) 기술도 상당 부분 한국에서 나올 거라 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벤처캐피털(VC)로 꼽히는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스콧 쿠퍼 매니징 파트너가 12일 중앙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내 VC인 힐스프링인베스트먼트와 a16z가 이날 공동 개최한 투자설명회 참석차 방한했다.

a16z는 총 운용 자산규모(AUM)가 350억 달러(약 47조원)에 이르는 대형 VC다. 넷스케이프 브라우저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과 당시 임원이던 벤 호로위츠가 2009년 공동 설립했다. 신생 VC이던 이들은 2011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 삼킬 것”이라 선언한 이후 놀라운 투자 실적을 과시하며 급성장했다. 페이스북(현 메타), 트위터(현 X),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을 발굴해 초기부터 집중 투자하며 선구안을 보여준 것. 최근에는 코인베이스, 오픈씨, 솔라나 등 블록체인과 웹3 등의 미래 유망 기술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소속 직원만 500명이 넘는데, 투자한 스타트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VC로 유명하다.

쿠퍼 매니징 파트너는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30여분간 a16z의 전략과 비전 등을 소개했다. 그는 a16z 설립 초기부터 근무해 현재 투자(IR)팀을 이끌며, a16z의 성장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강점이 분명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Q : a16z는 성공적인 투자로 명성을 쌓았다. 투자의 기준은?
A : 자기 사업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되려고 하는 사람을 지원하려고 한다. 보통 창업자들 중엔 기술이나 제품 자체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창업자가 CEO로서 경영을 배우고 회사를 키우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Q : 그러면 그런 CEO의 자질은 무엇인가.
A : 기술 시장처럼 변화의 속도가 이렇게 빠른 곳에선 시간이 지나면 제품이나 기술 발전의 양상도 빠르게 변한다. 그래서 창업자가 자기 사업과 제품에 분명한 비전을 갖고 (기술의 변화에 얽매이지 않고)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자본을 잘 배분하길 바란다.

Q : 이를 위해 a16z는 창업자를 어떻게 돕고 있나.
A : a16z에 근무하는 파트너 대부분이 창업해본 경험이 있거나, 스타트업에서 오랫동안 핵심 임원을 한 사람들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창업자에게 CEO로서의 역할, 제품 판매 요령 등을 가르친다. 그리고 무려 500명이 넘는 a16z의 직원이 다양한 규모의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어떤 부서는 고객 찾는 걸 돕고, 또 다른 부서는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스카우트를 전담하는 식이다.

Q : 다른 VC들이 그렇게까지 안 했던 이유도 있을텐데, a16z는 왜 그렇게 하나.
A : 대부분의 VC는 단순 투자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창업자가 우리에게 투자금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표와 꿈을 달성하는 데에 도움 될 다양한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점이 a16z와 다른 VC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의 로고. 사진 안드레센 호로위츠 홈페이지

a16z가 국내에 대규모 투자 설명회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쿠퍼 매니징 파트너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탐방하고 있다”며 “한국에 있는 동안 다양한 스타트업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Q : 한국에 온 이유는.
A :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한국의 출자자(LP)와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동안 (한국에) 훌륭한 파트너가 많았지만, 앞으로 인맥을 더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우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 중 한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곳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 많이 배우려는 목적도 있다.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에 투자할 기회가 더 많아질 텐데, 아직 한국 시장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방한 기간에 스타트업들을 많이 만나보려고 한다.
한국 시장이나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대하는 게 뭔가.
A : 한국이 잘하는 분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게임과 웹3 분야가 그렇다. 최근 두 기술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고, 서로 융합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두 분야에서 리더십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 한국에서 AI 기술의 가능성은?
A : AI 기술도 무척 중요하다. 특히 AI가 게임 콘텐트 제작에 미칠 영향력은 엄청나다. 한국 시장은 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나다. 그래서 기술 혁신은 한국에서 상당 부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지만, 쿠퍼 매니징 파트너는 “앞으로의 시장 흐름에 대해서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Q :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낙관하는 근거는.
A : 우리는 기술 혁신의 속도에 주목한다. 최근의 기술 발전 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다. 특히 AI의 등장은 향후 30년 간 엄청난 기회를 창출할 주요한 기술 변곡점이다. 그리고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창업하려는 사람들이나 엔지니어의 규모는 줄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지표를 보면 시장 상황이 안 좋아도 미래를 낙관적으로 볼만 하다.

Q : 최근 유럽과 중동에서 발발한 전쟁 영향도 우려되는데.
A : 경기 흐름은 늘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곤 한다. 투자사로서 우리 역할은 경기 흐름에 따라 투자를 잘하는 것이다. 혁신을 해 낼 똑똑한 인재를 찾고, 앞으로의 20년을 버텨낼 크고 중요한 회사를 찾아내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결국 경제 상황은 저절로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Q : a16z가 중요하게 보는 미래의 기술은 뭔가.
A : 생명과학과 헬스케어다. (AI에 비해 오늘 인터뷰에서 얘기를 많이 못했는데) 사실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AI는 그 두 분야의 변화를 가속화할 기술이다. AI가 암 조기 발견, 약물 개발 등 의료 서비스에서 활용된다면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 그래서 이 분야를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Q : 가장 중요한 기술을 하나만 꼽는다면?
A : AI가 가장 혁신적일 것이다. AI의 장점은 모든 버티컬(vertical·전문 분야)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AI 기술로 가능케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산업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AI가) 정말 중요한 기술이 되어가는 것 같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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