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느껴진 건 사실” 수장 없이 치러진 부산국제영화제 안정 속 아쉬움 [BIFF 결산] ①

박로사 2023. 10.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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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일인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앞에 홍보 포스터가 걸려있다. 부산=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3.10.04/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작년보다 줄어든 예산과 수장의 공석, 전 집행위원장의 성추행 논란으로 한동안 시끌벅적했던 했지만, 올해 영화제는 큰 이슈 없이 열흘간의 축제를 마무리 짓는다.

이번 영화제는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됐다. 송강호를 비롯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부터 중화권 스타 주윤발, 판빙빙, 영화감독 뤽 베송,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거장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신설된 프로그램과 기존의 주요 행사들도 예년처럼 호응을 얻었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들도 순식간에 매진돼 활기가 이어졌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일인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앞에 영화제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부산=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3.10.04/

이번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개최를 앞두고 지난 5월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물론 조국종 운영위원장, 이용관 이사장까지 차례로 영화제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성폭력 의혹까지 불거졌다.

수장들이 공석인 상황에서도 영화제 측은 안정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김형래 부산국제영화제 홍보 실장은 “수장의 빈자리가 느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27년간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업무적인 시스템 등 저력이 있기 때문에 큰 차질이 없도록 준비했다”며 “작년엔 예매 시스템과 자막 사고가 조금씩 있었는데 올해는 한 건도 안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홈페이지나 보도자료를 통해 정보 제공을 원활하게 하려고 했고 SNS 홍보도 재밌게 하려고 했다”며 “예산이 줄어 영화 상영과 야외 이벤트는 줄었지만, 주요 경쟁 부문과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일인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앞에 영화 포스터가 설치돼 있다. 부산=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3.10.04/

실제 이번 영화제는 야외 행사가 대폭 축소됐으며, 배우-감독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영화의전당에서 주로 진행됐다. 그런 탓에 영화제 열기가 영화의전당을 벗어나면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데 일조했다. 

다만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 보다는 OTT 소개행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작품 상당수가 디즈니+ ‘비질란테’, 웨이브 ‘거래’, 티빙 ‘러닝메이트’, ‘운수 오진 날’, ‘LTNS’, 넷플릭스 ‘독전2’와 ‘발레리나’ ‘진리에게’ 등 OTT 작품들이었다. 곧 각 OTT에서 공개될 작품들을 국제영화제에서 단지 화제를 위해 공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등 곧 국내에서 개봉하는 해외 유수의 영화제 초청작들을 좀 더 일찍 소개하는 행사로 전락했다는 지적 또한 이어졌다.

한국 영화계 부침과 맞물려 있기도 하지만, 현장을 찾은 영화인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가 독립영화제냐는 쓴소리가 나올 만큼 한국 주류 영화보다는 독립영화들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진 것도 아쉬움을 자아낸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계와 같이 성장해온 터인데, 갈수록 독립영화제 같은 성격을 드러내면서 점점 더 한국 주류 영화계와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실제 부산영화제에선 최근 몇 년 사이 OTT 작품을 영화제에서 상영해 홍보하고 출연 배우들로 화제를 모으는 반면 한국 주류 영화계 작품들 참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영화인들 사이에선 올해 상영작 또는 미개봉작들 중 화제성 있는 작품들도 부산영화제로부터 초청 연락도 받지 못했다는 말들도 제법 많이 흘러나왔다. 그나마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송중기 주연 영화 ‘화란’ 정도가 이번 영화제에서 화제작이었을 정도다. ‘화란’은 영화제 기간인 11일 개봉한 터라 일반 시사회냐는 소리도 들었다.   

이에 대해 영화제 측은 “의도했다기보단 현재의 시장을 반영한 것”며 “영화제가 밀리는 게 아니라 작금의 상황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제가 끝나면 이제 혁신위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공석인 이사장 선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이사장이 선임되면 새 집행위원장이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 부산 영화계에선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자리를 놓고 물밑에서 경합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또한 영화제 측은 개막에 앞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 성폭력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영화제가 끝난 뒤 올해가 가기 전 명확한 조사결과를 발표해 추후 이런 문제가 영화제에서 더 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힘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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