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CPI 경계감' 국채금리 상승에 약보합 마감...나스닥 0.63%↓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2일(현지시간) 공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를 소화하며 보합권에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재부각되면서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7%선을 재돌파,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3.73포인트(0.51%) 내린 3만3631.1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7.34포인트(0.62%) 떨어진 4349.6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5.46포인트(0.63%) 하락한 1만3574.22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에서 에너지, 기술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종목이 일제히 상승했다. 포드는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 확대로 전장 대비 2%이상 내려앉았다. 타깃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며 1%이상 상승했다. 월그린스 부츠 얼라이언스는 실적 발표 이후 비용절감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7%대 올랐다. 전날 상장한 버겐스탁은 이날도 6%이상 밀렸다. 호멜푸드는 시간당 임금 인상을 포함한 근로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며 10%가까이 떨어졌다. 모기지 금리가 2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DR호튼(-4.07%), 풀티그룹(-4.87%) 등 주택건설 관련주들도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이날 공개된 CPI,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경제지표와 함께 국채 금리 움직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주시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주거비, 휘발유 가격 강세 여파로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둔화세를 지속했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1%,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예상치에도 부합했다.
MFS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베누아 앤은 "Fed가 11월에 금리를 다시 인상해야한다고 말할 만큼 수치가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리차드 번스테인 어드바이저의 댄 스즈키는 이날 CPI 보고서가 예상과 거의 일치한다면서 "즉시 잊혀질 보고서 중 하나"라고 전했다. 반면 완고한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경계 섞인 평가도 잇따랐다. 울프리서치의 크리스 세냑 최고투자전략가는 "FOMC는 근원물가가 4%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연내 추가 한차례 인상을 막기엔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공개된 미국의 지난주(1~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0만9000건으로 전주 대비 2000건 늘었다. 이는 월가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이날 9월 CPI 보고서 발표 이후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4.7%선, 30년물 금리는 4.86%선으로 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5%대를 재돌파했다. 여전히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경계감, 금리 인상이 끝나더라도 고금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안나 웡은 연말까지 동결 시나리오를 지지하면서도 "또 다른 금리인상의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찰스슈왑UK의 리차드 플린은 "금리 인상과 관계없이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는 한 금리가 이전처럼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전날 오후 공개된 9월 FOMC 의사록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을 두고 위원들 간 의견이 분열됐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참석자 대다수는 향후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한번 더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일부는 더 이상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Fed는 지난달 FOMC에서 당초 예상대로 미국의 금리를 5.25~5.5%로 동결하는 한편, 연내 한차례 추가 인상이 뒤따를 것을 예고했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11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11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8%이상 반영 중이다. 올해 마지막 FOMC인 12월에도 동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65%대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보다 소폭 내렸으나 여전히 동결 전망이 시장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도 주시하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준비를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만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이 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스라엘을 찾아 미국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다음날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밖에 투자자들은 주 후반 예정된 JP모건, 웰스파고, 블랙록 등 대형은행들의 실적발표도 대기하고 있다.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7%이상 올라 106.5선을 나타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3%이상 뛰어 16.7선에서 움직였다.
국제유가는 중동발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유재고가 급증하며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58센트(0.69%) 하락한 배럴당 82.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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