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공습 대상 추천한다, 이·팔 전쟁서 현실화…한국 기술은? [팩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교전 중인 이스라엘이 인공지능(AI) 군사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사용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한국, 미국, 중국과 함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성공한 AI 강국. 이번 전쟁에선 AI가 하마스의 데이터 분석에 실패해 로켓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는 ‘AI 군사전’이 현실화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전에 등장한 AI 무기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해외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공습 대상을 선택하고 후속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 AI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폐쇄회로(CC)TV, 드론, 위성 등을 통해 수집한 이미지를 AI가 분석해 군사 작전 수립에 도움을 주는 것. 군사용 AI 모델 ‘파이어 팩토리’는 승인된 목표물을 확인하고 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탄약 무게를 계산하고 우선 공격 순위를 제안한다. 전투기, 드론 등 가용 전력별 공습 대상을 할당하고 공습 시기도 조율한다. IDF에 따르면, AI 시스템은 전략 수립에 활용되며 개별 목표물 설정과 최종 승인은 군이 직접 한다.
핵무기 버금가는 위협
글로벌 방위 산업체들은 일찌감치 AI 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AI 기술은 방위 산업의 인력과 비용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간 60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방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것. 시모나 소어 영국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AI를 활용하면 타격 정밀도를 극도로 높일 수 있다”며 “민간인 사상자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AI 시스템은 오직 방어 목적에만 쓰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탈 밈란 이스라엘 헤브루 대학 교수는 “가치에 기반해 결정할 때는 절대 AI에 의존할 수 없다”며 “AI 시스템을 공격 목적으로 쓰기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도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월 한국과 네덜란드가 공동 개최한 ‘군사적 영역의 책임있는 AI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 2023)’에서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사용에 대한 정치적 선언’을 공개했다. 각국의 군사적 AI 능력을 국제법에 준해 개발하며, 무기 시스템에 관한 결정시 인간의 통제와 개입을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근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대중 수출 제재를 강화하고 나선 데는 중국이 AI,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을 무기 개발에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크다.
AI 전투기에 로봇개까지
① 러·우크라 전쟁서 나온 자폭 드론: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는 이란산 ‘샤헤드-136 드론’을 투입해왔다.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공격용 드론과 달리 목표물에 직접 돌진해 충돌하는 자폭 드론으로 AI가 조종한다. 이후 영국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에 자폭 드론으로 맞불을 놨다. 이들 드론은 탄두를 장착하고 날아가 목표물을 식별해 공격한다.
② 미·중 경쟁하는 무인전투기: 미국과 중국의 공중전도 격화하고 있다. 미 공군은 지난달 AI 전투기 ‘XQ-58A 발키리’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사일을 탑재하고 시속 1000km로 최대 5556km를 비행할 수 있는 무인 전투기다. AI가 이동 경로를 결정하며 적외선 센서를 활용해 장애물을 피해간다. 중국 연구진은 지난 2월 AI를 활용해 마하 11의 속도를 내는 극초음속 비행기 시뮬레이션을 최초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난징항공항천대 연구진은 올해 초 극초음속 AI 전투기 시뮬레이션을 실시했으며, 미군 F-35 전투기와 동일한 조건의 전투기를 8초만에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AI 조종사를 통해 인간의 직관에 반하는 비행을 시도했고 전투기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③ 뇌파 읽고 움직이는 전투용 로봇개: 호주 육군은 시드니공과대(UTS) 연구팀과 함께 뇌파로 조종(마인드 컨트롤)하는 4족 보행로봇, 이른바 ‘로봇개’를 실험하고 있다. 전장 밖에 있는 병사들이 로봇개가 전송하는 현장을 보며 머릿속으로 이동경로를 지시한다. 로봇개에 기관총을 탑재하면 전투용으로 쓸 수 있다. 미 육군의 전투용 로봇개 라마(LLAMA), 미 해병대의 엘에스3(LS3)도 총기를 탑재하고 AI로 적을 식별해 조준하는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AI 무기 현황은
중소 방산기업들도 AI 보안시스템과 방어 체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엑서지솔루션은 AI 레이더 기술을 보유한 미국 항공보안 전문업체 포르템 테크놀로지와 협력해 AI 드론 방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AI를 활용한 레이더기지 통합·무인화 장비도 등장했다. 감시레이더 장비를 개발하는 희망에어텍은 국내 최초로 해안 표적 신호를 감지하는 AI 모델을 선보였다. 감시병이 눈으로 식별하던 신호를 AI로 처리해 이상 징후 분석율을 높였다.
빅테크의 방산 딜레마
방위 산업에서 AI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며 빅테크도 관련 사업을 조용히 키워가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설립한 ‘구글 퍼블릭 센터’를 통해 군 정보를 통합해 AI로 분류하는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홀로렌즈2’는 호주군의 로봇개 실험 등 AI 무인 기기 조종에 쓰인다.
하지만 기술의 무기화를 반대하는 기업 내부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2018년 구글은 미 국방부와 공동으로 진행하던 군사용 AI 드론 프로젝트 ‘메이븐’을 18개월 만에 종료했다. 4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해당 프로젝트 폐지 청원에 참여했고 일부는 사표를 내며 반발했기 때문. 구글의 AI 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페이페이 리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당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무기화는 정반대의 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럼에도 빅테크로선 연간 600조 시장이 점차 AI와 결합하고 있어,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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