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 이어 보선 완승까지…세진 이재명에 '줄을 서시오'?
‘줄을 서시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의원이 함께 찍힌 여러 사진을 올리며 쓴 글의 제목이다. 이날 이 대표가 고(故) 채 상병 특검법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을 위해 본회의장에 등장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셀카’를 찍기 위해 이 대표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정 최고위원은 “의원들이 몰려들기에 ‘제가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하자 너도나도 사진 찍겠다며 순번 타고 대기 중…줄을 서시오”라고 썼다.
정치권에선 정 최고위원이 올린 사진이 이 대표의 최근 당내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내부 이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던 지난달 21일만 해도 “이 대표 리더십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후 민주당은 여세를 모아 당론 부결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를 낙마시켰다.
특히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친명ㆍ비명을 막론하고 “지도체제에 의문을 제기하기 힘들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친명계 중진 안민석 의원은 12일 YTN 라디오에서 “이번 선거를 압도적으로 이겼기 때문에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더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총선까지) 변수가 별로 없다. 자의든, 타의든 다 해결이 됐다”며 “강성 지지층, (친명) 원외 그룹, 단일 지도체제, 이 세 축으로 가는 체제가 더 공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 등으로 수도권 민심이 흔들리자 “민주당 위기론”을 거론했던 의원들도 보궐선거 완승에 당분간 이 대표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한 서울 지역 재선 의원은 “여당에 이긴 17%포인트 중 ‘김태우 공천 역풍’으로 가져온 5~6%포인트를 빼더라도 서울이 (당 지지율이) 나쁘지 않았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호남의 경우 “한때 ‘문재인’ 이름표를 달면 총선에서 유리했듯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이름표가 효과가 있다”(호남 초선 의원)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입지가 탄탄해진 만큼 당무 복귀 후 계파 갈등을 키우기보단 당 통합에 방점을 둘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나온 12일 새벽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매서운 회초리”라며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가겠다”고 썼다. 중립 성향의 재선 의원은 “총선에 이기기 위해선 특정 팬덤에 쏠리지 않는 통합적인 당 운영에 대한 안팎의 요구를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서구청장 보궐 압승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닌 만큼 정부ㆍ여당이 위기감을 느끼고 혁신하면 우리에게도 변화 요구가 커질 것”(중진 의원)이란 우려에서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신뢰 회복을 위해 혁신해야 한다.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국민의힘과의 싸움이 아닌,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한 싸움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지금이 혁신의 기회”라고 썼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 대표를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관련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첫 응답이 국정쇄신이 아닌 ‘정적 죽이기 기소’라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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