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인간방패' 150명 인질…전문가 "외국인 유리? 아닐 것"

서유진, 강태화 2023. 10.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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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외국인 등 인질 150명을 납치한 가운데, 인질 문제가 '시계 제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은 데다 군사 작전을 통한 구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예고한대로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이 펼쳐지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장병 50명을 포함, 여성·어린이·노인 등 최소 150명의 인질을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들 중 9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질 중엔 이중 국적자를 비롯한 외국인도 수 십명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우크라이나·중국·태국 등 국적도 다양하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지난 7일(현지시간) 붙잡힌 이스라엘 민간인을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가자지구로 데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인질 문제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으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각국 정부의 운신 폭이 좁다는 점이다. 전쟁이 격화하면서 양 측간 협상이 선택지에서 일단 제외된 점이 그렇다. 하마스 산하 군사 조직인 카삼 여단 측은 “공격받는 상황에서 인질 문제를 협상하거나 숙고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질 석방 협상에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 측의 군사 작전을 통한 구출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인질 석방 조율을 위해 갤 허쉬 준장을 책임자로 임명한 이스라엘 측은 "인질이 포함된 국가와 연락을 취하며 모든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구출 전략이나 협상 계획은 알려진 바 없다.

하마스에 의해 자국민이 인질로 잡혀 있는 한 국가의 외교당국자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극도로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본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 외에는 별도의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게르하르트 콘라드 전 독일 연방정보부 요원. 사진 X(구 트위터) 캡처

이와 관련, 독일 매체 슈피겔은 과거 이스라엘-하마스 간 인질 협상 경험이 있는 게르하르트 콘라드 전 독일 연방 정보부 요원을 인터뷰했다. 콘라드는 2011년 하마스에 잡혔던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샤리트와 팔레스타인인 1027명의 교환에 간여한 인물이다.

그는 슈피겔에 "하마스가 인질을 '인간 방패'로 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이·여성 등 숨진 일부 인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식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하면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이스라엘 정부는 압력을 느끼게 돼 인질 문제가 한층 민감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또 콘라드는 "이중 국적자라고 해서 더 유리하거나 먼저 풀려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인질과 그 가족은 오랜 시간 고통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마스 이미 인질 4명 살해…지상군 투입 시 한층 위험

이미 하마스가 인질 일부를 살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전인 지난 9일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가운데 최소 4명이 억류 중 살해됐다. 보복을 공언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나머지 인질의 생명도 한층 위험해질 전망이다.

앞서 카삼 여단 측은 “이스라엘 공습 1회당 1명씩 죽일 것”이라며 "인질 살해 장면을 오디오·비디오로 중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관계자는 "유감스러운 결정이지만, 우리는 시오니스트 적(敵)과 (이스라엘) 지도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때문에 인질의 가족들은 생환을 고대하며 피 마르는 심정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AF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매체는 생계를 위해 이스라엘에 일하러 갔다가 납치된 태국인 가장의 가족, 마약 카르텔이 판치는 모국을 벗어나 이스라엘로 이주했다가 더 큰 시련을 맞닥뜨린 콜롬비아인 가족 등의 사연을 전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인질로 잡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가자 지구로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하마스 인질 3명 석방 주장…이 언론 "거짓"

국제 사회에선 인질 석방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주간 일반 알현에서 "축제의 날이 애도의 날로 바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면서 "인질을 즉시 석방하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같은 날 "모든 인질을 즉각 석방하라"고 언급했다. 영구중립국 스위스은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위스 각료 회의체 연방평의회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테러 행위를 가장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하마스는 억류하고 있는 인질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11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 본부 앞 광장에서 최근 하마스 공격 이후 이스라엘과 연대한 사람들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영구 중립국인 스위스는 최근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EPA=연합뉴스

한편 하마스는 가자지구로 끌고 간 인질 150명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 등 3명을 석방했다고 주장하며 11일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이스라엘 매체들은 영상이 이번 기습 공격 이전에 촬영된 것이라며 하마스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방송들은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하마스의 기습 이전에 하마스에 붙잡혔다가 풀려난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이 여성은 홀릿 키부츠(집단농장) 주민인 아비탈 알앗젬으로 확인됐으며 최근 이웃에 사는 두 아이와 함께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 지역으로 강제로 끌려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기습공격에서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중 풀려난 사례는 공식적으로 없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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