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의장 공백 장기화하나...공화당 이탈표 설득에 난항
미국 의회 역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에 따른 공백이 자칫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를 선출했지만, 당내에서만 10명 안팎의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는 탓이다.
12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전체 221명의 공화당 의원 가운데 최소 12명이 스컬리스 후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하원 내 공화당의 의석은 민주당(212명)보다 근소한 우위이기 때문에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연초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선출 때와 같은 진통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려면 재적(433명) 과반인 217표가 필요하다.
현재 스컬리스 후보는 하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경쟁자였던 짐 조던 위원장 지지자들로부터 표를 모으기 위해 설득전에 나선 상태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로 전해졌다. 전날 진행된 당내 경선에서 스컬리스 후보가 받은 표는 113표에 불과하다. 경쟁자인 조던 위원장이 받은 표는 99표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컬리스 후보가 이날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 긴 회의를 가졌으나, 하원의장직에 대한 지지를 구축하는 데 진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몇몇은 이 회의를 비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회 전문매체인 더힐은 현재까지 밥 굿(버지니아)·로렌 보버트(콜로라도)·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하원 등 8명이 본회의 표결에서 스컬리스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이들 상당수는 조던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꺾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코커스 소속인 보버트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가 호명될 때 짐 조던에 한 표를 던질 것"이라면서 "미국 국민들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진정한 리더십 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프리덤코커스 소속의 앤드류 오글스 의원은 "아무도 (지지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면서 "이제 투표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손인 스컬리스 후보는 루이지애나주 하원의원, 주 상원의원을 거친 후 2008년부터 연방 하원의원에 9차례 당선된 중진이다. 총기사고를 당했음에도 총기 소지 권리를 지지하고 총기 규제 입법에 반대하는 등 전형적 보수주의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스컬리스 후보가 혈액암 투병 중이라는 점에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잇따른다. 극우 성향의 그린 의원은 "어려운 의회 상황에서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기보다 암을 극복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조던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이날 폭스뉴스 라디오에 출연해 스컬리스 후보가 혈액암과 싸우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렇게 심각한 암에 걸렸는 데 어떻게 그 일(하원의장)을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공화당 내 최고위직들의 행보가 스컬리스 후보를 둘러싼 이탈표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경쟁자인 조던 위원장이 아직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지 않았고, 해임결의안 가결로 하원의장에서 축출된 매카시 전 의장 또한 스컬리스 후보와 냉담한 관계라고 평가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스컬리스는 자신이 150표는 받을 거라고 얘기했었는데 그만큼 받지 못했다"면서 "(하원의장 선출에 필요한) 표를 확보할 수 있지만,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하원 본회의 일정이 잡혀있지만, 실제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가 언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공화당 일각에서는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이 되고, 조던 위원장이 원내대표직을 이어받는 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스컬리스 원내대표와 조던 위원장이 평소 임시예산안 등 주요 정책에 차이를 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WP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스컬리스 후보가 후보직에서 물러날 경우 대체자를 논의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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