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법무장관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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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 시민들과 셀카 난리 난 예술의전당?'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봤다는 소식을 다룬 기사가 지난 9일 쏟아졌다.
야당 지지층은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것뿐 아니라 한 장관 말투와 대응 방식, 외모까지 트집 잡는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기밀문서 유출 의혹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자신을 임명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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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 시민들과 셀카… 난리 난 예술의전당?’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봤다는 소식을 다룬 기사가 지난 9일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는 해당 지역구로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갑론을박까지 벌어졌다. 다른 부처 장관이 휴일에 여가를 즐겼다면 이 정도로 뉴스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검색창에 한동훈을 입력하면 ‘총선’ ‘지지율’ ‘관련주’ 같은 검색어가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한 장관은 이제 어디서 밥만 먹어도 뉴스가 날 정도가 됐다.
한 장관은 어떻게 스타가 됐나. 기사에 달린 1000개가 넘는 댓글은 인기의 출처를 보여준다. ‘더불당(민주당)의 횡포와 난동질에 대처하느라 수고가 많습니다’ ‘개딸(이재명 민주당 대표 극렬지지자)들은 콘서트홀이 뭐 하는 데인지도 모르겠지’. 한 장관의 인기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그 정당성을 옹호하는 칼날 같은 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 정부 내내 야당 수사 뉴스를 쏟아냈다. 수사 조직의 최고 꼭대기에 있는 한 장관은 거대 야당의 반발과 압박에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다. 입씨름은 거의 백전백승이다. 김의겸, 김남국 의원 같은 이들이 어설프게 말싸움을 걸었다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뜨거운 사랑 반대편엔 강렬한 증오가 있다. 한쪽에선 영웅으로 존경받는 한 장관이 다른 쪽에선 공공의 적으로 공격받는다. 야당 지지층은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것뿐 아니라 한 장관 말투와 대응 방식, 외모까지 트집 잡는다. 한 장관에 대한 평가는 어느 정당 지지자인지, 이념적 좌표가 어디인지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린다. 그러니까 한 장관을 향한 지지는 반(反)민주당, 반이재명 여론의 다른 이름이다. 초당파적 공직자가 아니라 정치인처럼 당파적 지지를 받는다는 말이다.
법무부 장관 전성시대는 벌써 몇 년째가 됐다. 한 장관 이전 조국 추미애 박범계 전 장관도 당파적 지지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은 본인과 일가를 둘러싼 무수한 비리와 내로남불에 대다수 국민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지지층에선 지금도 탄압받는 ‘검찰개혁’의 상징이고, 컬트적 인기는 꺾일 줄을 모른다. 그가 머리를 쓸어 올리는 사진을 표지로 내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추 전 장관과 박 전 장관은 아예 처음부터 정치인이었다. 검찰 인사와 수사에 표나게 개입하며 좌충우돌한 두 사람은 지지층으로부터는 열광을, 반대층으로부턴 증오를 받았다. 법무부 장관이 정치 전면에 나설 때마다 사회는 소란하고 뒤숭숭했다. 자의든 타의든 특정 진영의 아이돌이 된 법무부 장관은 정치가 양극화됐다는 강력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중반부터 이 정부 내내 이어진 수사와 재판, 그 부산물인 정쟁으로 한국 사회는 타들어 가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한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기밀문서 유출 의혹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자신을 임명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지휘하고 있다. 며칠 전 그가 임명한 특검이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그래서 갈런드 장관은 양 진영에서 모두 미움받는다. 갈런드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법무부가 당파적인 의견 충돌의 센터가 아니라 당파성 없이 법 집행과 형사 정책을 하던 원래의 곳으로 돌아갔음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을 실천 중이다. 한 장관도 취임사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중립적이고 공정한 검찰을 만듭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실력 있는 검·경이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합시다.” 전성시대를 만난 한 장관이 취임사를 다시 읽어봤으면 한다.
임성수 사회부 차장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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