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사 명의 도용·스토킹까지… 한수원 직원 기강 해이 심각

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지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취업 영주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동료와 회사 명의를 무단 도용해 해임됐다. 최근 1년간 복무 기강 해이로 징계 처분을 받은 한수원 직원은 30명에 달했다. 위험 시설인 원전 관리를 책임지는 한수원이 철저한 직원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1년간 한수원 미국 지사에 근무한 A씨는 취업 영주권을 취득하기로 결심했다. 미국에서 취업 영주권을 따려면 동료 평가 등을 미 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A씨는 동료 차장의 명의를 도용해 기초 설문서류를 작성했다.

영주권 발급을 위해선 사업자가 직원 채용을 위해 구인 활동을 하고, 그 결과 내국인 중에서는 적임자를 찾지 못해 할 수 없이 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식의 증빙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에 A씨는 내부 승인 없이 허위 구인 광고를 게재했다. 이후 적임자를 선발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서류까지 조작해 미국 노동부에 냈다.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A씨를 해임 조치했다.

협력업체 직원을 향한 스토킹 범죄도 발생했다. 한수원 직원 B씨는 지난해 6월부터 2개월간 협력업체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지난 3월 해임됐다.

2019년부터 5년간 한수원 직원 대상 징계는 149건이었다. 이 가운데 정직과 해임 등 중징계는 48건이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징계도 7건이나 됐다. 한수원은 올 상반기에만 14건의 징계를 의결했다.

앞서 2021년에는 한수원 고리원전 소속의 한 청원경찰이 근무 시간에 낚시를 하다 적발된 바 있다. 이 사건 이후에도 근무 태만과 관련한 징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약 1년간 27명의 직원이 복무 기강 해이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 의원은 “한수원이 직원들의 근무 기강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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