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인생은 꿈결, 사라지는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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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찰나의 불꽃은 유한한 인생의 은유와도 같았다.
우리가 불꽃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이유는 그 순간이 우리 삶에 인상적으로 남았던 기억을 환기하기 때문 아닐까.
호를 그리며 사라지는 불꽃처럼 안타까웠던 순간도 기억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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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SNS에 실시간으로 올라온 영상을 보다가 작년에 서대문구 안산 봉수대에 올랐던 기억이 났다. 봉수대는 불꽃이 잘 보이는 명당으로 은근히 입소문 난 곳이었다.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오르니 숨이 찼다. 구름도 없이 맑은 날이라 남산과 잠실 롯데월드타워까지 보였다. 일찌감치 카메라 장비를 설치하고 대기 중인 사람도 여럿 있었다. 해가 져서 쌀쌀해지자 사람들은 담요를 두르고, 텀블러에 담아온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불꽃이 터지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펑,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남동쪽 하늘에서 커다란 불꽃이 화환을 그리며 공중에서 사라졌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불꽃은 몇 초간 공중에서 탄생했다가 사라지기를 거듭했다. 눈을 뗄 수 없었다. 찰나의 불꽃은 유한한 인생의 은유와도 같았다.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고 한순간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밝기와 모양, 크기로 빛나다가 각자의 자리에서 소멸한다. 내가 불꽃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과 같이 아름다움을 본다는 동시성 때문이다. 누군가는 카메라로 불꽃을 찍고, 누군가는 뺨을 울긋불긋하게 물들이는 불꽃을 보며 상념에 젖어 든다.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얼굴도 환히 빛난다. 우리가 불꽃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이유는 그 순간이 우리 삶에 인상적으로 남았던 기억을 환기하기 때문 아닐까.
당신 인생에서 가장 높이 찬란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호를 그리며 사라지는 불꽃처럼 안타까웠던 순간도 기억나는가. 결국 사라질 줄 알면서도 끝내 삶을 사랑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는가. 돌아보면 지난 시간이 짧은 꿈처럼 여겨진다. 인생이라는 꿈같은 시간에 깜빡 속은 기분이 들 때면 나는 ‘봉별기’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려 본다.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저마다 꿈꾸듯 불꽃같은 한세상을 살아간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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