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곳 보다 개방된 노상이 더 위험하다...서울시 범죄 30%, '길 위'에서 발생
가장 많이 일어난 범죄는 '폭력'…사무실보다 지하철·버스가 더 위험
지난해 서울에서 일어난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 및 강제추행·절도·폭력) 10건 중 3건은 '길 위'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노상범죄의 비중은 2020년과 2021년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범죄는 주위의 이목이 없는 은밀한 곳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는 통념과는 달리, 개방된 노상이 범죄의 주무대인 셈이다.
11일 서울경찰청의 '2022년 치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는 총 9만399건의 5대 범죄가 일어났다. 하루 평균 248건으로 매 시간마다 10건씩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이 중 노상에서 일어난 범죄는 총 2만9320건으로 전체 건수 대비 32.4%의 비중을 차지했다. '길 위'만 따져도 서울에서 매일 80건의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가장 많은 것은 '폭력'이었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총 4만6783건의 폭력범죄가 발생해 전체 5대 범죄 중에서도 절반이 넘는(51.8%) 비중을 차지했다. 또 전체 폭력범죄의 36%인 1만6872건이 노상에서 발생했다. 이는 공동주택(6302건), 단독주택(5712건), 사무실(1048건)에서 일어난 모든 폭력사건을 합친 것보다 많은 건수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과거 폭력범죄는 야간에 일어나는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주간에 일어나는 비중도 적지 않다"며 "특히 교통·주차·소음문제 등으로 인한 사소한 시비가 폭력사건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강력범죄라 할 수 있는 강도와 강간·강제추행 역시 노상에서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117건의 강도사건 중 39건이 노상에서 발생했는데,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장소인 상점(16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는 신용카드 및 간편결제의 보편화로 상점에 보관되는 현금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은 물론, 상점마다 보안시스템이 널리 설치되면서 상점이 강도의 표적이 되는 경우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강간·강제추행 사건도 총 5816건 중 950건이 노상에서 발생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과거의 강간·강제추행 범죄는 70% 이상이 면식범, 즉 피해자가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이 가해자였고 발생 장소도 가정이나 사무실 등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양상이 바뀌는 추세"라며 "이제는 강간·강제추행 범죄는 면식범과 비면식범의 비율이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왔고 노상범죄의 비중이 대폭 올라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노상 다음으로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곳은 상점이었다. 특히 상점에서는 절도범죄가 많이 일어났다. 지난해 서울시내 소재 상점에서는 총 1만556건의 범죄가 일어났는데, 이 중 8991건(85.2%)가 절도범죄였다. 이는 상품에 욕심을 낸 충동범죄가 대부분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노상과 상점 다음으로 범죄가 많이 일어난 곳은 공동주택(9781건), 단독주택(7906건)이었지만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강도 사건은 공동주택 12건·단독주택 11건에 그쳤다. 서울 전체로 봤을 때 가정을 노린 강도사건은 한달에 2건 정도로, 집은 외부인으로부터의 범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인 셈이다.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머무르게 되는 사무실에서의 범죄는 총 1630건으로, 회사는 범죄 건수만 놓고 보면 노상이나 집보다도 안전한 곳이었다. 오히려 지하철이나 버스 등 교통수단 내에서의 범죄가 2897건으로 더 많았다. 특히 교통수단 내에서의 강간·강제추행은 829건으로 노상에서 일어나는 동 범죄에 비해서도 결코 건수가 적지 않았다.
범죄가 가장 적게 일어나 가장 안전한 곳은 '학교'였다. 지난해 서울시 소재 학교에서는 모두 428건의 범죄가 일어났는데 살인과 강도는 한 건도 없었고 폭력(192건), 절도(189건)등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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