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의 마켓 나우] 자율주행 발전 ‘레벨’ 어디까지 왔나
우리는 전기가 석탄·석유·천연가스를 대체하는 전기화의 시대를 맞이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차량 전자화가 전개되고 있다. 차량 전자화의 3대 분야는 전동화,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이다.
자동차 엔지니어들의 단체인 SAE 인터내셔널은 자율주행을 레벨 0(비자율주행)에서 레벨 5(완전 자율주행)까지 6개의 기술 수준으로 나눈다. 차량 전자화가 레벨2(부분 자율주행)에서 레벨 3(조건부 자율주행), 레벨 4(고도 자율주행)로 진화하는 과정을 시장과 소비자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최근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가 ‘완전 자율 주행(FSD) 베타’를 직접 시연하며, 적어도 미국 시내 도로에서 레벨 3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현대기아차도 레벨3인 제네시스 G90의 출시 시기를 조율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미국 도로에서 레벨 3 승인을 받았다. ‘로보 택시’가 미국 도로에서 시범 운행 중이다.
이처럼 자율주행은 자동차 산업의 큰 물결이 되고 있지만, 아직은 진정한 자율주행에 대한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논란의 뿌리는 SAE 인터내셔널이 레벨 0에서 레벨 5까지 구분을 ‘연속적으로’ 한 데 있다. 연속적인 구분은 자율주행 기술 발전 정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레벨 각 단계가 어떤 수준의 자율주행을 의미하는지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자율주행의 발전에는 3대 로드맵이 있다. 첫째, 운전 주체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바뀐다. 둘째, 자율주행이 완전히 발전하면 ‘상시 운전석 운전장치’조차 장착할 필요가 없어진다. 셋째, 혼잡한 도심에서도 시스템이 주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상시 운전석 운전장치’가 없는 레벨 4는 ‘상시 운전석 운전장치’가 있는 차량의 ‘끝판왕’인 레벨 3의 다음 레벨로 단순하게 볼 수 없다. 오히려 레벨 3과 레벨 4는 상호보완적이며 공존 가능한 기술이라고 봐야 한다. 운전 장치가 사라지는 레벨 4 이상은 언제라도 운전자가 제어권을 가질 수 있는 레벨 3 이하 차량과는 사용자 경험이 극단적으로 다르다. 레벨 4로 시작해 레벨 5까지 가면 이전 레벨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 전환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레벨 4와 레벨 5에 적합한 자율주행은 무엇인가. 도심 내 근거리 저속 운행이나 지방 소도시 내에서 무인 로보 택시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사람이 운전할 경우, 내가 아무리 조심한들 남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가. 현 단계에서 실용적인 자율주행은 레벨 4라기보다 레벨 3이다. 레벨 4가 레벨 3보다 더 진화한 자율주행이라는 주장은 소모적이다. 레벨 3과 레벨 4의 공존을 빨리 받아들이고, 레벨 3과 4 모두에 집중하도록 하자. 둘 다 자율주행의 미래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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