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라이프톡] 예루살렘 지옥도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은 도시가 예루살렘이다.
수천년 역사와 문명, 신화와 전설이 이처럼 켜켜이 쌓여있는 곳은 없다. 3천년전 솔로몬 왕이 만든 성전의 흔적이 눈 앞에 펼쳐진다. 2천년전 예수의 행적은 곳곳에서 손에 잡히며, 1천400년전 이슬람 황금사원(사진)은 지금도 수많은 순례객으로 붐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역사와 신화가 박제화된 관광상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유대인, 무슬림, 기독교도 모두의 삶 속에 퍽떡펄떡 살아 있다. 수천년 역사와 신화는 모두 그들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종교는 따르는 자들의 일상을 지배하면서 생명력을 더해왔다.
이들의 종교는 같은 뿌리의 유일신 사상이다. 4천년 전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이다.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 눕혔던 바위를 최고의 성지로 여긴다. 솔로몬 왕은 그 바위 위에 유대교 성전을 지었다. 무슬림 칼리프는 같은 자리에 황금사원을 세웠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사원의 서쪽 벽에 기대어 사라진 성전을 그리며 통곡한다.
종교가 정치와 얽히면 각자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인다. 구약성서 속 다윗(이스라엘)과 골리앗(팔레스타인) 이후 3천년간 전쟁은 이어져 왔다. 로마제국에 의해 추방된 이후 2천년간 세계를 떠돌던 유대인들이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함으로써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것도 종교의 힘이다. 그 2천년간 예루살렘을 지켜온 팔레스타인 무슬림은 이스라엘 건국 당일 선전포고를 했다.
하마스의 기습으로 ‘신의 집(예루살렘)’이 또 지옥이 됐다. 아무도 물러서거나 떠나려 하지 않는다. 신이 내린 땅이기 때문이다.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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