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참패 책임론만 시끌…“내탓이오” 아무도 없었다

김다영, 김기정, 박태인 2023. 10. 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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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17.15%포인트’.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 같은 격차로 참패하면서 여권 전체가 혼돈에 휩싸였다.

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총 12분간 대책회의를 열고 이 중 8분간 비공개 회의에서 당 쇄신을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화살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향했다.

국민의힘은 회의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 자질론 시비가 일었던 김 후보자 사퇴를 강력 요구했다. 대통령실도 이를 수용하면서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2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전에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자세로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물러났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며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인사가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출범’과 ‘총선기획단 조기 발족’ 등의 쇄신책을 제시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김기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기조의 쇄신책에 한 최고위원은 “위원회만으로 혁신의 메시지를 주기엔 부족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자 또 다른 인사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도 저렇게 버티는데 우린 너무 저자세”라며 지도부 책임론에 선을 그으면서 비공개 회의도 8분 만에 종료됐다.

일부 인사는 회의 직후 김 대표를 따로 찾아가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를 건의했다.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강서구청장 자격을 잃어 보궐선거를 만든 당사자(김태우 후보)를 다시 공천한 게 선거 패배의 큰 원인이니, 공천에 관여한 당직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공천 사무를 총괄한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을 겨냥한 것이다. 당내에선 곧바로 “이 총장 역시 ‘용산의 뜻’을 전달한 것뿐”이란 반발이 나왔다.


일부 최고위원 “민주당은 이재명 리스크에도 버텨” 책임론 선 긋기

그러자 김 대표는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민심의 질책을 소중히 받들어 쇄신을 위한 기구를 조속히 발족하고 당의 전략과 정책 방향도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 주변에선 김행 후보자 자진사퇴를 이끈 걸 “변화된 당의 모습”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13일 최고위원들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쇄신 의견을 폭넓게 청취할 계획이다. 특히 쇄신책으로 거론되는 ▶혁신위원회 ▶인재영입위원회 ▶총선기획단 구성과 관련해 위원장·위원 인선도 추천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이제 시작이란 분석도 나온다. 내년 4·10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3년 전 21대 총선 참패(강서구 평균 18.08%포인트) 수준으로 패배한 건 단순히 강서구 의석 3개가 아니라 서울 ‘한강벨트’ 전체에 비상등이 켜진 신호이기 때문이다. 여파가 인천·경기 등 수도권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 당내에선 “김기현 대표 체제가 책임지지 않고 일부 당직자 사퇴나 혁신위 출범 등에 그친다면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나경원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7%포인트 차로 패배한 뒤 홍준표 대표 체제가 붕괴하고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 사례도 거론했다.

“김태우 후보를 사면·복권시켜 당에 시그널을 보낸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 아니냐”는 용산 책임론도 나왔다. 당내 비윤계인 김웅 의원은 “김기현 대표의 책임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책임을 묻는다면 선거에 지는 것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역대급 참패”라며 “당정쇄신(黨政刷新)이 시급하다”고 적었다.

반면에 용산의 기류는 달랐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야당의 텃밭에서 진 선거를 두고 위기론을 말하는 건 침소봉대에 가깝다”며 “민주당의 프레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다영·김기정·박태인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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