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백현동 의혹’ 불구속기소…검찰 “배임 입증 충분”
검찰이 12일 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구속기소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다. 지난달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 적시된 3가지 혐의에서 남은 ‘대북송금’ ‘위증 교사’ 사건은 보강수사를 거쳐 추후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3번째 기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김용식)는 이날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16일 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영장 기각 이후 법리 및 증거를 검토한 결과, 백현동 배임 혐의는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영장심사에서 유창훈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이 대표가 관여한 직접 증거 부족’을 지적한 것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성남시 공무원들이 시장 뜻에 따라 특혜를 줬다고 얘기하고 있고, (이 대표의) 결재서류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을 진행하면서 민간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아파트 부지 4단계 용도변경, 임대주택 비율 축소, 불법적 옹벽 설치 승인 등 인허가 특혜를 몰아준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던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성남시의 특혜 제공으로 정 회장이 1356억원의 이익을 차지하고, 사업에서 배제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최소 200억원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은 이 대표의 정치권 입문 때부터 선거를 도와준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정 회장 측에 ‘허가방 브로커’로 영입되자 백현동 개발사업 전반에 걸쳐 특혜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정 회장은 특경법 위반(횡령·배임)으로, 김 전 대표 역시 특경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각각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간 검찰은 세 가지 혐의(백현동 개발 특혜, 대북송금, 위증 교사)를 한꺼번에 기소할지, 나눠 기소할지를 두고 고심해 왔다. 백현동만 떼 먼저 기소한 이유에 대해 검찰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와 유사한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특혜 제공으로 민간 개발업자가 공공 몫의 개발이익까지 가져간 구조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대장동·위례 사건이 재판 시작 단계인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법원에도 대장동·위례 사건과 백현동 사건을 병합해 달라고 신청했다.
검찰은 나머지 사건들에 대해선 보강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영장심사에서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된 위증 교사 사건과 달리, 대북송금 의혹은 수원지검으로 다시 보내 미비점을 보완할 가능성이 높다. 수원지검은 사건이 되돌아오는 상황을 기정사실로 하고 업무분장을 재정비하고 있다. 기존 주무부처인 형사6부(부장 서현욱)가 대북송금 관련 의혹을 계속 수사하고, 공공수사부는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맡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무차별적으로 공소를 제기하는 행위는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라며 “살라미식 쪼개기 기소로 제1 야당 대표의 법원 출석 횟수를 늘리고, 사실상 야당 대표의 정치 행위를 방해하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따졌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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