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주민 삶 최악…한국지원 절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인해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이 가족과 친구 등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살 곳까지 사라졌다.”
필립 라차리니(사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팔레스타인 난민 대다수는 불안정한 정세 때문에 희망을 잃고 고향을 떠날 생각뿐”이라며 “한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5일 방한한 그를 대면 인터뷰한 데 이어 그가 한국을 떠난 이후인 11일 전화 인터뷰했다. UNRWA는 600만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대상으로 교육·의료·구호·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엔 기구다. 요르단·레바논·시리아·가자지구·요르단강 서안 등 5개 현장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초·중등 및 직업교육과 기초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Q : 가자 지구 상황은.
A : “인도적 위기가 급격히 심화했다. 200만 명 이상의 가자지구 주민 상당수가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이다. 지난 16년 동안 가자지구 사람들은 외부로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했다. 장기화한 봉쇄로 인해 가난이 극심해졌고 취업도 제대로 하지 못해 난민 대부분이 유엔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쟁이 터지면서 학교, 병원, 종교 시설, 상점 등 기본적인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강도 높게 쏟아지자 상황은 악화일로다.”
Q : 팔레스타인 난민 상황은.
A :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을 개시한 지난 7일 이전에도 이미 나빴는데, 훨씬 더 악화됐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UNRWA가 운영하는 학교 88곳에서 18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전쟁이 터진 뒤 이들을 돕기 위해 현장에 있던 UNRWA 직원도 아홉 명이 숨졌다.”
Q : 난민촌 상황은.
A : “난민촌의 젊은이들은 ‘떠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다 보니 무력감이 분노로 바뀌어 무장단체에 가입하는 등 엇나가는 경우도 많다.”
Q :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A : “한국이 내년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별도 국가 공존)을 계속 지지해 주길 바란다.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유엔이 탄생한 이후 최장 기간 미제로 남아 있다. UNRWA도 당초 임시 원조 기구로 탄생했지만 75년 동안 정치적 해법이 도출되지 못하면서 난민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UNRWA는 재정 측면에서 유엔 회원국의 선의에 의존한다. 한국 같은 나라가 UNRWA에 지원과 관심을 확대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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