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월 물가 3.7% 상승…내달 금리동결하나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3.7% 올랐다. 근원물가(전년 대비)는 둔화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미국의 지난달 CPI가 1년 전보다 3.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3.6%)를 0.1%포인트 소폭 웃돈다. 전달인 올해 8월(3.7%)과 상승 폭이 같다.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는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달 근원 CPI는 전년보다 4.1% 올라 8월(4.3%)보다 증가 폭을 0.2%포인트 줄였다. 근원 CPI는 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물가 안정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로 쓰인다.
시장은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5.25~5.5%)에 묶어 둔 채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이 CPI 발표 직후 약 93%에 달했다.
다만, Fed가 연내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금리 인상 중단을 공식화하지 않는 ‘매파적 동결’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2%)를 여전히 크게 웃돌아 선택지를 열어두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두고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는 향후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일부 위원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11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9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통화정책을 상당 기간 제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대다수가 “물가상승률 목표(2%)에 도달하기 위해선 한 차례의 기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았지만 일부는 “더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몇몇 위원은 “기준금리를 ‘얼마나 높게 올릴 것이냐’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제약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냐’로 정책 결정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하거나 정점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긴축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위원들은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현 상황에선 경제활동에 대한 상방·하방 압력이 공존하고 있어서다. ▶국제유가 상승 ▶식량 가격 상승세 등이 인플레이션 자극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자동차산업노조 파업 장기화 ▶글로벌 성장세 둔화 등은 경기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의사록은 “위원들이 정책 결정에 있어 ‘위험의 균형’을 고려한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과도한 긴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경기침체)과 불충분한 긴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물가상승)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사록 속 비둘기파적 의견에 더해 장기금리 급등세를 조명했다. WSJ은 “9월 회의 이후 장기 국채금리가 0.4%포인트 오르는 등 상승세가 가속화됐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필립 제퍼슨 부의장,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Fed 인사는 최근 들어 장기금리 급등세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을 높여 기준금리를 인상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CME 페드워치는 현행 기준금리(5.25~5.5%)가 내년 5월까지 유지된 뒤 6월에 첫 금리 인하(-0.25%포인트)가 시작돼 연말에는 4.5~4.7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효정·서지원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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