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만 믿는다…두산 오늘 벼랑 끝 한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곽빈(24)이 다시 공을 던진다. 1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투수로 나선다. 정규시즌 막판 살얼음판 순위 싸움 중인 두산 입장에선 곽빈의 호투가 절실하다.
곽빈은 지난 8일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야구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다. 그러나 마운드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채 금메달만 목에 걸고 돌아왔다. 대회 첫 경기였던 지난 1일 홍콩전 등판을 준비하다 등에 담 증세를 느꼈기 때문이다.
곽빈은 결국 조별리그 3경기부터 수퍼라운드 일본전까지 휴식하면서 몸 상태를 살펴야 했다. 6일 수퍼라운드 중국전과 7일 대만과의 결승전에선 불펜에 대기했지만, 출전은 하지 않았다. 당초 문동주(한화 이글스)와 함께 대표팀 핵심 선발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금메달 획득에 ‘무임승차’한 셈이 됐다.
곽빈 자신도 이런 상황이 마음에 걸린 듯 금메달을 따고도 한껏 기뻐하지 못했다. 대회가 끝난 뒤 소셜미디어에 야구 대표팀 선수들의 사진을 올리면서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짧은 소감만 적었다. 별다른 소감 인터뷰 없이 조용히 소속팀 두산으로 복귀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곽빈이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둘까 봐 염려했다. 이 감독은 “곽빈의 몸 상태가 걱정돼 류중일 대표팀 감독님과 통화했는데, 부상이 심했다기보다는 경기 내내 점수 차가 크지 않아 기용하기 어려웠다고 하셨다”며 “대표팀 다른 투수들이 충분히 잘해줬고, 류 감독님도 (전문 불펜 요원이 아닌 투수를 접전 상황에 내보내기엔) 불안한 마음이 있으셨기에 곽빈이 등판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곽빈의 등판 의지는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는 의미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곽빈은 올 시즌 22경기에서 11승 7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한 두산의 에이스다. 입단 1년 만에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는 등 크고 작은 부상 탓에 성장이 더뎠지만, 지난 시즌부터 팀 주축 선발투수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올해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3월)과 아시안게임에 잇달아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발돋움했다. 다만 올 시즌에도 두 차례 허리 근육통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하는 등 잔부상에 시달렸다. 공교롭게도 아시안게임 시작과 동시에 담 증상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했다.
두산은 곽빈이 빠진 아시안게임 기간 SSG 랜더스, NC 다이노스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치열한 3~5위 싸움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10일 KT 위즈전과 1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대패하면서 경쟁자 두 팀에게 3·4위 자리를 내주고 한 발 뒤로 처졌다.
외국인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허리 염좌 증상으로 등판을 못하게 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13일 경기는 6위 KIA의 추격을 완전히 뿌리치고 5강 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하는 한 판이다. 돌아온 곽빈이 이 경기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이승엽 감독은 “곽빈이 (대표팀) 동료들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래도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왔으니, 마음의 짐은 그만 내려놨으면 좋겠다”며 거듭 에이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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