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안 부럽네, 송도 센트럴파크서 가을밤
29일까지 빛의 정원, 인천 송도 축제
“행운을 빌어줘요. 웃음을 보여줘요. 눈물은 흘리지 않을게, 굿바이.”
2인조 밴드 페퍼톤스가 ‘행운을 빌어요’를 열창하자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 모인 관중 수천 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페퍼톤스를 잘 모르는 어른도 덩실덩실 몸을 흔들며 장단을 맞췄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옆 ‘트라이보울’ 외벽에는 환상적인 미디어 아트가 일렁였다. 인천 시민과 관광객 모두 눈부신 송도의 밤에 취해 감탄사를 연발했다. 지난 7일 개막한 ‘빛의 정원, 송도’ 축제 현장 분위기다.
환상 젖어드는 형형색색 레이저쇼
인천은 밤이 멋진 도시다. 지난해 인천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국 1호 야간관광 특화 도시로 선정됐다. 2025년까지 야간관광 콘텐트를 대폭 강화한다. 국비 28억원을 포함해 약 56억원을 들여 송도·개항장·월미도를 화려한 밤의 도시로 꾸민다.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가 먼저 공들인 곳은 송도 센트럴파크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비하면 면적이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밤 풍경은 뒤지지 않는다. 올 상반기 드론 500대가 공원 하늘을 수놓은 드론 쇼도 펼쳤다. 이달 7일 시작한 ‘빛의 정원, 송도’ 축제는 29일까지 진행한다. 미디어 파사드가 가장 큰 볼거리다. 건축물 외벽에 형형색색의 레이저를 비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하학적인 모양의 문화예술공간 트라이보울이 단연 시선을 압도한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건물 외벽 전체를 장식한 영상 콘텐트를 볼 수 있다.
트라이보울은 건축미가 빼어나다. 서울시청 신청사, 밀알학교 등을 설계한 건축가 유걸의 작품으로, 크기가 다른 사발 3개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듯한 모양이다. 동대문 DDP도 연상된다. 밤에 LED 조명이 비추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 사진 명소로 알려졌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기존에도 밤에 트라이보울을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외벽 전체를 미디어 아트로 꾸미는 건 최초”라고 설명했다. 인천의 역사를 담은 영상물과 AI 기술을 활용한 추상 작품을 20분 간격으로 상영한다.
키가 8m, 물범 캐릭터 ‘버미’ 구경도
트라이보울 뒤편 다리를 건너면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나온다. 이곳 외벽에서도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진다. 박물관 앞 가로수에도 화려한 조명이 반짝여 산책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잔디광장도 꼭 들러보자. 백령도 물범을 형상화한 캐릭터 ‘버미’를 8m 높이의 초대형 에어벌룬으로 만들었다. 버미 주변에 낭만적인 분위기의 조명을 설치했고, 콩 모양 의자 ‘빈백’도 곳곳에 배치했다. 10월 14·21·28일 오후 7시 버스킹 공연도 펼쳐진다. 경기도 용인에서 온 양지선(20)씨는 “친구들과 바닷바람 쐬러 송도를 찾았는데 공연도 보고 낭만적인 야경까지 봐서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센트럴파크에는 해수가 흐르는 수로가 있다. 여기서 보트도 탈 수 있다. 어둑한 밤, 불 밝힌 보트가 동동 떠다니는 모습이 홍콩 빅토리아 하버를 축소해놓은 듯하다. 한옥마을 카페에 앉아서 수로를 바라봐도 낭만적이다. 보트 대여 업체는 인천 야간관광 특화도시 선정을 기념해 올해 말까지 연장 영업을 진행한다. 주중 오후 9시, 토요일 오후 10시, 일요일 오후 9시 30분까지다.
센트럴파크 나들이도 식후경이다. 공원 주변에 맛집이 모인 상권이 세 곳 있다. 커낼 워크와 아트포레, 송도의 신흥 명소 트리플스트리트. 스마트폰에 ‘소속(sosok)’ 앱을 내려받으면, 오후 4시 이후 77개 제휴 업체에서 쓸 수 있는 5000원 할인 쿠폰을 준다. 경원재·오라카이 등 호텔 식당에서는 1만원 할인 쿠폰을 쓸 수 있다.
인천=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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