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와 예술로 채운 비밀스러운 숍, 월 한남
은밀한 공간은 왠지 모를 설렘을 동반한다. 좁고 고요한 통로를 거쳐 벽처럼 생긴 책장 문을 힘껏 밀어야 비로소 드러나는 ‘월(WOL)’ 한남점이 바로 그런 공간이다.
“월은 ‘Work of Life’의 앞 글자를 따서 지었어요. 삶 속의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을 벌이는 공간이라는 뜻이죠.”
조성림 대표가 단정한 한옥에 월 삼청점을 오픈한 건 5년 전이었다. 사실 그녀의 본업은 디지털 마케팅 컴퍼니 ‘마이테이블’ 대표. 하지만 누군가를 집에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걸 즐기는 성향 덕에 아름다운 그릇과 단정한 기물에 오래전부터 깊은 관심을 가졌고, 이를 바탕으로 공예와 예술을 기반으로 한 공간까지 열었다. 하지만 일정상 전시와 팝업이 있을 때만 공간을 오픈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그 아쉬움을 덜고자 한남동에 또 다른 월을 만들어낸 것이다.
일주일에 세 번이지만 상시로 문을 여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건 그녀에게 꽤 큰 용기를 필요로 했는데, 월 한남점이 자리한 건물에 디저트와 예술 사이를 오가는 캐러멜 가게 ‘카라멜리에오’와 조성림 대표가 6년 전부터 차를 배우고 있는 하동의 찻집 ‘호중거’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앞서 문 역할을 했던 철제 책장에는 김동희 작가의 우유처럼 말간 유리그릇과 김유상 작가가 빚은 흥미로운 텍스처의 도자기, 이기조 작가의 매일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백자, 박미경 작가의 금속 작품과 옻칠 젓가락 등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장지방의 한지를 상판에 바른 테이블 위에도 반질반질하게 옻칠한 접시들이 놓여 있다. 점차 이곳만을 위한 작품의 개수도 늘려나갈 생각이다.
“모든 작품은 제가 집에서 직접 사용해 본 후 소개하고 있어요. 매일 손이 많이 가는 그릇인지, 재료와 잘 맞는 도구인지, 무겁거나 불편하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살핀 후에야 이곳에 입성할 수 있죠.”그녀는 온라인에서 펼쳐지는 일을 하다 보면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는 시간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에 월의 존재가 더욱 빛난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곳은 작품 선택부터 공간 스타일까지 전적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췄으니 더욱 남다를 수밖에. “월 한남점이 점점 안정되면 이 건물의 브랜드들이 한데 모여 차와 디저트, 공예품이 어우러진 작은 다회를 열 생각이에요.”어쩌면 월 한남점은 그 순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공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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