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월CPI 3.7%↑…근원물가 둔화에 '금리 동결' 전망 지속(종합)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주거비, 휘발유 가격 강세 여파로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시하는 근원 물가는 둔화세를 지속했다. 시장은 여전히 오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예상 소폭 웃돈 CPI...근원 물가는 둔화세 지속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전월과 같은 상승폭이지만 월가의 전문가 전망치(3.6%)는 소폭 웃돈다. 전월 대비 CPI는 0.4% 상승해 월가 전망을 상회했다. 다만 직전 달(0.6%)보다는 둔화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1%, 전월 대비 0.3% 올랐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며 둔화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6%를 돌파했던 근원 CPI는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Fed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주시하는 지표 중 하나다.
세부적으로는 주택임대를 비롯한 주거비 상승세, 휘발유 가격 강세가 뚜렷했다. 주거비는 전년 대비 7.2%,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노동부는 "주거비는 CPI 상승분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짚었다. 유가 상승세에 따라 에너지 가격도 뛰었다. 한달 새 휘발유 가격이 2.1%, 연료유 가격이 8.5% 오르면서 전체 에너지 가격은 1.5% 상승했다. 식료품 가격은 전년 대비 3.7%, 전월 대비 0.2% 올랐다. 에너지 서비스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5.7%, 전월 대비 0.6% 뛰었다. 주요 CPI 구성요소 중 하락세를 보인 주요 품목은 의류, 의료용품 등이다.
9월 CPI가 예상치에 부합하며 시장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리차드 번스테인 어드바이저의 댄 스즈키는 이날 CPI 보고서가 예상과 거의 일치한다면서 "즉시 잊혀질 보고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Fed는 인플레이션에 반응하고, 인플레이션은 성장에 반응한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한다"고 덧붙였다. BMO 캐피탈 마켓의 이안 린겐은 "골디락스 보고서"라고 정의했다. 이날 오전 현재 뉴욕증시는 전날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국채금리는 소폭 상승했으나 지난주와 같은 급등세는 없는 상태다.
페드워치서 11월 동결 전망 90%대
Fed가 11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지속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11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0%이상 반영 중이다. 올해 마지막 FOMC인 12월에도 동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61%대를 나타내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는 "Fed가 다음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고 전했다.
같은날 공개된 미국의 지난주(1~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0만9000건으로 전주 대비 2000건 늘었다. 이는 월가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앞서 전날 오후 공개된 9월 FOMC 의사록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을 두고 위원들 간 의견이 분열됐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참석자 대다수는 향후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한번 더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일부는 더 이상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Fed는 지난달 FOMC에서 당초 예상대로 미국의 금리를 5.25~5.5%로 동결하는 한편, 연내 한차례 추가 인상이 뒤따를 것을 예고했었다.
다만 이후 장기물 국채 금리 급등세가 가속화하고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라는 중동발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에서는 Fed가 추가 인상에 나설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를 비롯한 Fed 당국자들 역시 "금융시장이 긴축되고 있고, 우리를 위해 일부 일을 해줄 것"이라는 비둘기 발언을 내놓으며 이러한 분석에 무게를 더했다.
인플레 경계감도 여전...고금리 장기화할 듯
하지만 여전히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경계 목소리도 강하다. 9월 FOMC 의사록에서 참석자들은 "금리 결정과 대중 커뮤니케이션의 초점은 ‘정책 금리를 얼마나 인상할 것인지’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제약적인 수준으로 정책 금리를 유지할 것인지’로 옮겨야 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향해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통화정책 기조를 제약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일치된 입장을 보였다. 금리 인상 행보가 멈추더라도 긴축 사이클이 예상보다 더 장기화할 수 있다는 기존 메시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안나 웡은 "9월 CPI보고서는 Fed 당국자들에게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상품 부문에는 고무적 진전이 있었으나 서비스부문에는 그다지 없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로 인해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균형이 기울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말까지 동결 시나리오를 지지하면서도 "또 다른 금리인상의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전히 진압하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면서 "(9월 CPI는)Fed의 승리 선언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 또한 그간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의 추이를 주목하며 "최고점에서 내려갔다. 하지만 Fed가 보고싶어하는 것보다는 여전히 높다"고 짚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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