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TF 녹취록’ 탄생 그날…김병욱 "구악과의 싸움 케이스"
지난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연쇄적인 허위 보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1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을 압수수색한 배경에는 대선 석달 전 김 의원이 최현 보좌관과 함께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씨의 사촌형인 이철수씨를 만나 나눈 대화가 가짜 녹취록으로 둔갑됐다는 의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친야권 성향 인터넷매체 ‘리포액트’의 운영자 허재현씨는 11일 ‘시민언론 뉴탐사’ 유튜브를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공개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은 김병욱 의원실과 함께 허 씨의 사무실·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허 씨 등 압수수색 대상이 된 피의자들은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 등을 받는다.
김병욱-최현-이철수 3자 회동…‘가짜 녹취록’ 탄생 그날
영장에 따르면, 김병욱 의원-최현 보좌관-이철수씨는 지난 2021년 12월 21일 불상의 장소에서 만났다. 김 의원이 민주당 ‘윤석열 은폐수사 및 50억클럽 진상규명 특별위원회’(전 화천대유 진상규명 TF) 위원장을, 최 보좌관은 상황팀장을 맡고 있던 때였다.
당시 특위는 윤석열 후보가 2011년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장동 초기 자금 1155억원의 부실대출을 알선한 혐의를 받았던 조우형씨(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사촌 처남)의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이른바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이 씨는 3자 회동에서 “윤석열 개인이 조우형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포인트로 접근할 게 아니라, 윤석열보다 고위직이었던 최재경 당시 대검 중수부장 등 상급자들의 부당한 지시를 윤석열이 추종했다는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건넸고, 이에 김 의원은 “제가 (이재명) 후보한테 정리 싹 해서 한 번 만들어보겠다. 거대한 구악과의 싸움 케이스”라고 답했다. 최 보좌관은 “국힘 사람들이 다 10년 동안 해 먹은 거란 그림을 만들면 성공”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김양(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에 조우형이 김양 심부름꾼이었거든요 솔직히(이철수)” “윤석열이 한 말이지(최현)”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최 보좌관의 발언은 이후 최재경 전 중수부장의 말로 둔갑해 대선 8일 전 ‘리포액트’에 보도됐다.
검찰이 파악한 보도 과정은 이렇다. 최 보좌관은 이철수씨와 대화를 녹음한 뒤 녹취록을 만들어 김모 민주당 국회정책연구원에게 전달했고, 김 씨는 이를 봉지욱 당시 JTBC 기자(현 뉴스타파 기자)에게 이 씨의 연락처와 함께 전달했다. 다만 봉 기자가 해당 녹취록을 보도한 적은 현재까지 없다. 대선이 임박하자, 최 보좌관과 김 씨는 리포액트 기자 허재현 씨에게 녹취록을 전달했다. 허 씨는 이 녹취록을 활용해 지난 3월 1일 『최재경 “윤석열이 ‘조우형(대장동 브로커)이 김양(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의 심부름꾼이라고’ 하더라”』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즉 민주당 관계자로부터 녹취록을 받은 허 씨가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허재현 “공수처 고발”, 검찰 “배후 수사”
반면 검찰은 이 사건을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일련의 허위 보도를 기획한 배후 세력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앞서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봉 기자 등도 유사한 내용을 취재·보도해 강제수사 대상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현 보좌관을 최재경으로 둔갑시킨 주체가 민주당 측인지, 허 기자인지 등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규명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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