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구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니 노벨상 거론 기분 좋은 일”

성윤수 2023. 10. 1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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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초대석] 태양전지 분야 세계적 석학 박남규 성균관대 석좌교수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석좌교수가 12일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교수는 20년 가까이 태양전지와 화학을 연구하며 쌓은 성과로 노벨상 수상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윤웅 기자


태양전지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남규(63)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석좌교수는 20년 가까운 세월을 태양전지와 화학 연구에 쏟아부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 분야가 재밌다고 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일상의 불편함에서 시작된다”는 그에게 아직도 연구할 게 많다는 것이다. 2012년 세계 최초로 고체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를 개발한 박 교수는 국내 과학자 중 유력한 노벨상 수상 후보군으로 자주 언급된다. 올해 노벨상 수상 때도 거론됐던 박 교수를 12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만났다.

-2017년 글로벌 과학기술 조사기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A)가 노벨상 후보로 꼽은 이래 줄곧 노벨상 수상 때마다 이름이 나온다.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통계를 보면 지금까지 클래리베이트에서 예측한 사람 중 13%가 노벨상을 받았다. 다만 가능성이 있다고 한 번 예측한 것이라 ‘내 연구가 중요하게 언급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너무 노벨상에 집중하는 대신 인류 보편적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국가도 그런 쪽에 신경을 쓰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 작업들이 누적되면 노벨상은 따라오지 않을까.”

-2012년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석 박사 때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물질을 다루긴 했지만,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는 하지 않았다. 이후 염료감응 태양전지 연구를 시작했는데 응용, 확장성이 부족했고 효율도 낮아 아쉬움이 들더라. 그러던 차에 일본의 미야사카 츠토무 교수가 발표한 액체상 페로브스카이트 감응 태양전지를 보게 됐다. 양자 효율 그래프 상 효율은 낮았는데, 대신 모든 파장에서 골고루 전자를 변환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었다. 2009년 성균관대로 오면서 페로브스카이트를 고체로 바꾸는 연구를 시작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효율이 굉장히 낮아 주목받는 소재가 아니었다.

“실제로 이전에 발표된 액체상 페로브스카이트 감응 태양전지 연구 논문은 인용 수가 ‘0’이었다. 안정성 문제 때문에 아무도 인용하지 않은 건데, 이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발상으로 필름 두께를 얇게 한 게 성공적이었다. 통상적으로는 유기염료가 빛을 흡수하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필름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게 좋다는 정설이 있다. 그런데 페로브스카이트는 유기염료보다 빛을 흡수하는 능력이 훨씬 우수한 물질이었다. 그래서 필름 두께를 낮춰봤다. 효율이 10% 수준까지 올라갔다.”

-과학에서 정설을 거스른다는 게 쉽진 않다.

“연구에서 새로운 물질이 들어올 때 그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전 물질과 똑같다고만 생각하면 항상 그 방법만을 쓸 수밖에 없다. 새로운 물질의 물리 화학적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고 있으면 과정이나 기술적 부분에서 변화를 줄 수 있다. 과거 연구했던 페로브스카이트 논문이 큰 경험이 돼 역발상을 할 수 있었다.”

-연구에 있어서 ‘인류 기여’를 많이 언급하는데.

“자동차의 발명은 아주 오래 전에 우리가 탈 것 없이 먼 거리를 다녔을 때의 불편함에서 시작했다. 이처럼 일상생활의 불편함에 관심을 가질 때 과학기술이 탄생한다. 과학기술은 불편하다고 하는 걸 그냥 지나치지 않는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해 결국 큰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건 흥미다. 내 연구도 어떻게 될까 하는 흥미 때문에 하는 거다. 그래서 과학기술에선 재미있냐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모든 실험은 처음에 할 땐 성과가 잘 안 나온다.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나타났을 때 거기서 흥미와 재미가 발생한다. 그걸 놓치면 안 된다.”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도 같은 연장선인가.

“기존 고체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최고 효율은 4%대다. 그걸 10% 가까이 나오게 했다. 큰 차원에서 본다면 앞으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다. 우리 삶은 건강한 지구와 관련돼 있다. 현재 지구가 기후변화 등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해야 한다. 태양전지는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기술 중 하나다. 실생활 차원에서는 아주 가볍고 구부릴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해 유리창에 붙이거나 우리가 지니고 다니는 보조 전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활용 분야는 항공우주다. 인공위성에 달린 날개처럼 보이는 게 다 태양전지인데 페로브스카이트로 대체하면 인공위성의 무게를 훨씬 가볍게 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뭔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장기적 안정화 기술 확보가 급선무다. 이후에 다른 물질과 구조가 존재한다는 가능성이 보이면 그런 물질을 찾아내는 게 앞으로의 할 일이다.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도 유기염료가 갖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생각에 등장했다. 태양전지를 20년 가까이 연구했지만, 할수록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이 생기는데 배울 게 아직 많다는 점이 흥미롭다. 페로브스카이트보다 더 좋은 물질을 개발해 시장을 바꾸고 싶다.”

-정부가 내년도 국가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크게 줄였다.

“형평성 있게 모든 분야에서 예산을 깎는 거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연구개발비를 투자했을 때, 연구개발비와 GDP 향상 및 수출·수입 향상 추이의 상관관계가 인정된다면 연구개발비가 연구에 분명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석을 토대로 정부에서 고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수원=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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