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축구 선수

2023. 10. 1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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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하게 노력했어요 그랬어요
나는 차버리려고 노력했어요
차버리려고 차버리려고 차버리려고
경기장 밖으로 그래요 나는
경기를 중단시키고 싶었어요

노려보지 마세요 나는
뛰고 달리고 고꾸라졌어요
당신이 던진 공을 차버리려고
아니 나는 받아냈어요 당신이 주는 패스를
잘도 받아냈어요

하하 웃는 당신을 이기기 위해
죽도록 노력 노력 노력했어요
그러나 언제나 돌아오는 당신 뻔뻔스런 당신을
다시 걷어찼어요 삶의 뱃가죽이
터지라고 차냈어요

여러분 나는 축구 선수가 아닙니다
그런데 매일 내 발밑으로 공이 굴러듭니다
이글이글 불타 오르는 태양!
아무도 경기를 중단시키지 못할 거예요
아무도 중단시키지 못할 거예요

-시선집 '밤이면 건방진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들었다' 중

축구 선수도 아닌데 “매일 내 발밑으로 공이 굴러듭니다.” 태양은 불타 오르고 “아무도 경기를 중단시키지 못할 거예요.” 차버리고 받아내고 “뛰고 달리고 고꾸라졌어요.”

장정일의 이 시는 끊임없이 자기에게 오는 공을 차버리고 받아내야 하는 삶을 묘사한다. 민음사가 출간한 ‘오늘의 시인 총서’ 앤솔로지에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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