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 만에 끝난 비공개 최고위…보선 완패, 與 서로 네탓만 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12일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선거 패배를 수습해야 할 지도부는 쇄신책을 놓고 충돌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며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이번 선거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 수도권 맞춤형 선거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선 갑론을박이 쏟아졌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일부 인사가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출범’과 ‘총선기획단 조기 발족’ 등의 쇄신책을 제시했다. 현재 당 지도부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한 최고위원이 “위원회만으로 혁신의 메시지를 주기엔 부족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반박하자, 또다른 인사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도 저렇게 버티는데 우린 너무 저자세”라며 지도부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비공개 회의는 8분 만에 종료됐다.
회의 직후 일부 지도부 인사는 김 대표를 따로 만나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를 건의했다.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강서구청장 자격을 잃어 보궐선거를 만든 당사자(김태우 후보)를 다시 공천한 게 선거 패배의 큰 원인이니, 공천 과정에 관여한 당직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당직자 사퇴론이 구체적으론 공천 사무를 총괄한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을 겨냥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13일 오전 당 최고위원들과 1 대 1 개별 면담을 통해 각 위원의 당 쇄신 관련 의견을 폭넓게 청취할 계획이다. 특히 쇄신책으로 거론되는 ▶혁신위원회 ▶인재영입위원회 ▶총선기획단 구성 등과 관련해 위원장 및 위원 등 인선 관련 추천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12일 오후 소속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 “민심의 질책을 소중히 받들어 쇄신을 위한 기구를 조속히 발족하고 당의 전략과 정책 방향도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 주변에선 이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이끈 걸 “변화된 당의 모습”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도부가 책임지지 않은 채 당직자 사퇴나 혁신위 출범 등에 그친다면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론한다.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패하자 홍준표 한나라당 지도부가 붕괴하고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가동됐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엔 7%포인트 차이로 졌는데도 비대위가 출범했다”며 “지금 수도권 분위기는 대패했던 2020년 총선과 비슷하다. 당연히 새 지도부가 들어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현 지도부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넌센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김태우 후보를 사면·복권시켜 당에 시그널을 보낸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 아니냐”는 당내 불만이 적지 않다. 수도권 3선 중진인 유의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로 인한 ‘책임론’과 비대위 전환을 거론하지만 동의할 수 없고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책임회피밖에 되지 않는다”며 “지도부부터 변해야 한다. 야당을 향해서만 큰 목소리를 내는 안일한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적었다.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실에 목소리를 내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다. 수도권 초선인 김웅 의원도 “김기현 대표의 책임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책임을 묻는다면 선거에 지는 것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 비주류에선 확인된 ‘수도권 위기론’을 발판 삼아 대통령실과 여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역대급 참패”라며 “당정쇄신(黨政刷新)이 시급하다”고 적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김기현 대표는 권한이 없으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서도 “이 지도부로는 절대 내년 총선을 못 치른다”고 말했다.
김다영·김기정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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