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합의로 감시 취약성 감수해야 하는지 의문”…합참의장도 9·19 문제점 제기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남북간 9·19 군사합의로 인한 감시·정찰 자산 운용의 제한에 대해 “그런 취약성을 감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는 물론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사례를 놓고 9·19 합의의 문제점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12일 합참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9·19 군사합의로 감시·정찰과 훈련, 현행작전태세에 영향이 있다”며 “남북이 신뢰구축을 위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정책적으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현재 과연 무엇 때문에 그걸 감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군사적 관점의 평가를 전제로 했을 때 9·19 군사합의가 대북 감시 범위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야기하고 있다는 게 김 의장의 의견이었다. 김 의장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군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거론한 9·19 합의로 인한 대북 감시의 취약점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서 비롯한다. 군사분계선(MDL) 기준 서부 20㎞, 동부 40㎞ 상공에 항공기 운용이 제한되면서 군단급 무인정찰기(UAV)는 발이 묶인 상태다.
군단급 UAV가 무력화되면서 갱도나 산의 후사면에 숨은 북한 장사정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논리다. 합참은 북한이 현재 700여 문의 장사정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는 건 300여 문 정도로 평가한다. 이를 최대한 가동할 경우 1시간에 1만6000여 발을 수도권에 쏟아 부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금강ㆍ백두(RC-800)와 새매(RF-16) 정찰기 등 다른 정찰 자산으로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김 의장은 “‘보인다, 안 보인다, 다른 걸로 보인다’는 얘기가 아니라 여러 개 (표적을) 동시에 포착하기 어렵다는 뜻에서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생긴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능한 수단이 있는데 굳이 대체수단을 활용하며 한 손은 묶어둘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북한 장사정포를 감시하는 주기가 길어졌다는 점도 김 의장은 지적했다.
김 의장은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대량의 로켓포로 이스라엘 기습에 성공한 점도 언급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미사일 방어시스템 '아이언돔'은 짧은 시간 수천 발 쏟아지는 하마스의 로켓포에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의장은 “앞으로 북한이 (기습을) 하게 된다면 하마스와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다”며 “정보 및 감시·정찰 부족, 다양한 기만적 수단으로 초기 기습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적 동향 파악에 실패해 대비 태세에 허점을 드러낸 이스라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9·19 군사합의로 인한 군사적 취약성을 따져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7일 취임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앞서 지난 10일 신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이 무인기를 띄워 계속 감시했다면 그렇게 당하지 않았으리라 본다”며 “9·19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도발 징후를 실시간 파악하는 데 굉장한 제약이 있어 최대한 빨리 합의의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도 “짧은 시간 내 로켓포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어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과학화경계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우리 군은 하마스와는 또 다른 무력을 갖추고 있는 적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의 어떠한 도발과 침략에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수 있는 확고한 결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긴밀한 한·미 공조를 통해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고, 한국형 3축 체계의 능력과 태세를 확충함으로써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억제와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계획에 따라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명박근혜’ 신조어 공격까지…그래도 난 MB 버리지 않았다 [박근혜 회고록5] | 중앙일보
- 새벽 112에 "짜장면 배달요, 빨리요"…여성 집 훔쳐보던 男 체포 | 중앙일보
- 엄홍길 대장 '짝짝이 종아리' 치유해준 곳…이틀마다 걷는다 [호모 트레커스] | 중앙일보
- 야구 오승환이 日서 번 83억원…감사원, 국세청 지적한 이유 | 중앙일보
- 어머니 장례식조차 안 갔다…하마스 기습 설계한 '그림자 남자' | 중앙일보
- 영장 기각 이어 보선 완승까지…세진 이재명에 '줄을 서시오'? | 중앙일보
- "나 배용준인데 주식 30% 이익"…이런 사칭, 처벌할 법 없다 | 중앙일보
- '담배 꽁초 투척' 최현욱 "과태료 납부 완료…다시 한번 죄송" | 중앙일보
- 이근, 故김용호 조롱 논란 "모든 사이버 래커의 끝…치얼스" | 중앙일보
- 성악가 김동규 "50세 은퇴하려다…사기 당해 순식간 빚 100억"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