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어쩌나…나라빚 1100조 돌파, 1~8월 나라살림도 66조 적자
나랏빚이 처음으로 11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예고된 가운데, ‘건전 재정’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재정 운용이 큰 난관에 부딪혔다.
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등에 따르면 8월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전년 말 대비 76조5000억원 늘어난 1110조원을 기록했다. 벌써 정부의 연간 전망치(1101조7000억원)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정부는 9월과 12월 국고채가 대규모 상환되면 연말에는 연간 전망치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중앙정부 채무가 올해 전망보다 61조7000억원 늘어난 1163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라 경고등이 켜졌다.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 우선 문재인 정부 때 복지·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 재정으로 국가채무가 대폭 늘어난 여파가 크다. 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6년 말 626조9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문 대통령 재임 기간 약 400조원 늘었다. 윤 정부 들어 강력한 긴축 재정에 들어갔음에도 나랏빚이 커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올해만 25조원에 달하는 국채 이자 부담에,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역대급 세수 펑크까지 겹친 탓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54.3%까지 높아졌다. 2019년 42.1%에서 12.2%포인트 올라갔는데, 같은 기간 다른 선진국 평균(5.4%포인트)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두 배가 넘는다.
나라살림도 당초 전망보다 큰 '마이너스'다. 총수입(394조4000억원)에서 총지출(425조8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1~8월 31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응 사업 축소 등으로 총지출이 작년 대비 63조5000억원 줄었지만, 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 거래 감소로 법인세(-20조2000억원)·소득세(-13조9000억원)·부가가치세(-6조4000억원) 등 국세 수입이 크게 줄면서 나간 돈이 들어온 돈 보다 더 많았다. 1~8월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7조6000억원 감소한 241조6000억원이다. 다만 기재부는 “세정지원 기저효과 10조2000억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세수 감소는 37조4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정부의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66조원 적자다. 역시 정부의 올해 전망치(58조2000억원 적자)를 웃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수치다. 정부는 지난달 세수 재추계 작업을 마쳤는데, 올해 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0조원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늘어나는 나랏빚과 재정적자는 미래세대가 짊어질 짐으로 돌아간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세수는 줄고, 복지 수요는 늘어나는데 빚만 늘어나면 우리 자식·손자 세대의 세금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가계·기업부채 증가세와 맞물려 국가 신인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정부의 재정 운용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한 한국의 재정 상황은 한국이 외부 충격을 극복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며 "정말 필요할 때 부채를 동원해 정부가 돈을 풀어야 하는데, 정부 역량이 줄어든다"고 짚었다. 그는 "향후 건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방치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 입법이 나라 곳간을 더 팍팍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정부가 긴축 재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재정을 줄였다간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예산이 필요한 곳과 아닌 곳을 명확히 구분해, 선심성 정책이 아닌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에 재정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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