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안효섭 "사랑도 악기처럼 연습이 필요해요"

이이슬 2023. 10. 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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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효섭 인터뷰
넷플릭스 '너의 시간속으로' 1인2역
"운명 믿어…1인 기획사 책임감 느껴"

“네가 어떤 시간에 있든 너를 찾아낼 거야. 너한테 갈 거야.”('너의 시간 속으로' 시헌 대사中)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한다면, 진심으로 통한다면 시공간을 넘어 서로 알아보게 될까. 영혼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쉽게 빠져들고, 또 잊어버리는 게 흔해진 지금.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의 가치를 그려 인기를 끈 대만 드라마 '상견니'(2019~2020)가 한국판으로 제작됐다. 이를 통해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배우 허광한(쉬광한)이 연기한 역할은 배우 안효섭(28·Paul Ahn)이 맡았다. 최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는 아련하고 풋풋하면서 원작과 다른 매력을 추가했다. 한국적인 레트로 감성을 배가시켜 향수도 자극한다.

배우 안효섭[사진제공=넷플릭스]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안효섭은 "원작에 영향을 받을까 봐 촬영 전에 '상견니'를 보지 않았다"며 "어제(공개일)부터 마음 편하게 보고 있다"며 웃었다. 인기 리메이크작에 출연하는 일은 큰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만 내 캐릭터에 집중하고 작품에 열정을 쏟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견니' 리메이크작이 아니라 '너의 시간 속으로'라는 새로운 작품으로 보고 임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상상력을 많이 요구하는 작품이었다. 김진원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시간순으로 촬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나이대별로 왔다 갔다 할 때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사람 얼굴에서 바꿀 수 없는 한 가지는 눈빛이죠. 나이대마다 시헌의 눈빛을 다르게 주려고 노력했어요. 그의 삶을 상상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눈빛의 깊이가 각각 달라 보이길 바라면서 상황에 몰입했어요. 정답은 없지만, 그의 감정에 관해 감독님과 긴밀하게 상의하면서 찍었어요."

배우 안효섭[사진제공=넷플릭스]

안효섭은 극 중 2023년의 구연준과 1998년 남시헌으로 분해 시공간을 초월한 로맨스를 펼쳤다. 일편단심 순애보로 설렘을 안긴 그는 풋풋한 청춘의 우정과 성숙한 사랑을 오가며 극을 이끈다. 영혼까지 교감하는 사랑을 믿는지 묻자 그는 "믿고 싶다"며 말을 꺼냈다. "나한테는 그런 사랑이 찾아온 적 없지만,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희생하는 사랑을 내가 표현한다면 어떻게 비칠까 궁금했다. 안효섭은 이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최선은 그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뿐이었다."

안효섭은 우정도 사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사랑과 우정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사랑"이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자신을 온전히 내던지면서 누군가 위하는 사랑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사랑은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이면 안 돼요. 서로가 노력해 신뢰를 발판으로 쌓아가는 거죠. 사랑한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희생하거나, 또 자신만 생각한다면 언젠가 균형은 무너져요. 혹자는 사랑은 '찾아오는 거'라고 하는데, 그것보다 사랑은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악기를 배우는 것처럼 연습이 필요합니다."

배우 안효섭[사진제공=넷플릭스]

사랑의 정의를 물으니 "운명을 믿는다"고 답했다. 안효섭은 좀 다른 이유를 댔다. "운명을 믿지만, 그 운명은 내가 만들 수 있다. 내 선택으로 인해 모든 건 바뀐다. 중요한 건 감사함을 느끼는 거다. 그렇게 마음먹으면 내가 선택한 모든 게 소중해진다."

안효섭은 '너의 시간 속으로' 마지막회를 보며 혼자 울었다고 했다. 평소 눈물이 없다고 자부하지만, 속절없이 눈물이 흘렀다며 환하게 웃었다. 자신도 모르게 현재 본인이 느껴온 외로움을 배역에서 발견했다고. 그는 "혼자 있었던 시간이 많은 사람으로서 느낀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안효섭은 만 6세 때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떠난 그는 유년기와 초중고 학창 시절을 캐나다에서 보냈다. 현재는 배우로 활동하며 홀로 서울에 거주하고 있지만, 가족은 토론토에서 살고 있다.

"'시헌의 삶이 얼마나 버거웠을까, 어떻게 혼자 버텼을까' 느껴지면서 그의 마지막 감정이 생각났어요. 안효섭도 외로운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내가 외롭다고 느끼는 줄 몰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혼자 나와 있었고, 주변에서 챙겨주는 분들도 많았으니까. 그런데 돌이켜보면 외면했을 뿐, 내 안에 외로움이 쌓였던 거 같아요. 그런 감정이 시헌에 투영되지 않았나. 눈물이 제법 났어요."

'너의 시간 속으로' 스틸[사진제공=넷플릭스]

안효섭은 최근 1인 기획사를 세우고 배우로 제2막을 열었다. 지난해 5월 데뷔 전부터 함께한 매니저와 더프레젠트컴퍼니를 설립했다. 영화 '기생충'(2019)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와 전략적 투자 및 파트너십 협업 체계도 구축했다. 드라마 '홍천기'(2021) '사내맞선'(2022) '낭만닥터 김사부' 등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활약 중인 그의 비전은 확고하다.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경험 있는 분들의 조언도 구하고 싶어서 바른손에 연락하게 됐어요. 한국을 알린 유명한 영화를 제작한 회사잖아요. 큰 업적을 남긴 곳에 도움을 구하고 싶었고, 굉장한 에너지를 받았어요. 1인 기획사를 만든 건 내 선택을 내가 책임지고 싶었어서요. 소속사에서는 많은 분을 거쳐 의사결정을 하잖아요. 물론 다양한 의견을 듣는 건 좋지만, 가끔 안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고요. 많은 걸 시도할 수 있는 시기니까 나쁘든 좋든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뭐가 됐든 결과는 내가 온전히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로 도전했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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