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뒤 암세포가 모두 사라졌다...더 강력해진 '꿈의 항암제'
한 단계 진화한 카티(CAR-T) 치료제가 이르면 2028년 나온다. 카티 치료는 암 환자의 T세포(면역세포)를 꺼내 암세포를 잘 공격하도록 만든 후 다시 몸속에 집어 넣는 것이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만큼 후유증이 작고 한번 투여로 치료가 끝나 '꿈의 치료제'로 불린다.
12일 미국 면역 치료제 개발 기업인 페프로민바이오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진행한 ‘BAFFR(바프알) 카티 세포 치료제’의 임상 1상시험에서 3명 환자의 암세포가 모두 사라지는 등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카티 세포 치료는 환자 몸에 있는 T세포를 밖으로 꺼내 특정 유전자를 투입, 암세포만 달라붙도록 강하게 만든 뒤 다시 몸 속에 넣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2년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백혈병 소녀를 극적으로 살려내면서 주목받았다.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카티 치료제는 6개인데 국내에는 킴리아만 쓰이고 있다.
기존 카티 치료제는 CD19란 항원을 표적으로 하는 반면 새 치료제는 BAFFR이란 항원을 공격하도록 만들어졌다. “CD19와 달리 BAFFR은 암세포 생존에서 필수인 요소라 암세포의 항원 소실 등 면역회피에 따른 재발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혈액암의 일종인 맨틀(외투) 세포 림프종(MCL),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등을 앓으며 기존 카티 치료제와 항암 치료 등에 반응이 없던 이들이다. 그런데 BAFFR 카티 치료제를 2022년부터 1년여간 가장 낮은 용량(5000만셀 도스)으로 투여한 결과 3명 모두에서 90일 경과 뒤 암이 관찰되지 않아 완치가 확인됐다. 6개월 이후로도 이런 상태가 유지됐다.
안전성에도 아직 별다른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기존 CD19 표적의 카티 치료제를 투여한 환자 1/3에서 심각한 수준의 신경독성이 발생했지만 3명에게선 굉장히 미미한 수준의 독성이 나타났고 특별한 조치 없이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1차 임상을 진행한 엘리자베스 부디(시티오브호프 수석 임상의) 박사는 “안전성 평가에서 심각한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중대한 이상반응이 없었으며 3명 모두 완치돼 괄목할 만한 효능을 입증했다. T세포 증식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새로운 카티 치료제는 미국 암 치료 전문 병원 8위에 올라 있는 시티오브호프의 부원장 한국계 래리 곽(65) 박사 연구팀이 주도해 개발했다. 곽 박사는 암 면역학 분야 권위자이자 FDA 산하 항암제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0년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올랐고, 2016년 암 면역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공로로 호암 의학상을 탄 바 있다.
래리 곽 박사는 “신약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미 출시된 CD19 타깃의 치료제를 써도 절반 이상 환자에서 암이 재발한다. 킴리아의 재발률은 60~70%로 보는데, BAFFR 치료제는 이런 재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라고 했다.
향후 연구팀은 현재보다 치료제 투여 용량을 늘려(2억셀, 6억셀 도스) 추가 임상을 진행할 예정인데 최저 용량을 투여했을 때 이미 독성은 낮고 효능은 높은 고무적인 결과가 나온 걸 미뤄봐 향후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곽 박사는 “효능과 독성은 함께 가는 만큼 용량을 높이면 독성이 소폭 올라갈 수 있지만 환자가 견딜 만한 수준이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2025년 말께 임상 1상을 종료한 뒤 50~8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2년 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 2상이 끝나면 FDA에 허가를 신청해 이르면 오는 2028년 이후 실제 환자에 투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B세포 악성 종양 환자 치료제로 허가를 취득한 뒤 향후 투여 대상을 늘려갈 계획이다. 곽 박사는 “한국 회사와도 서브(하위) 라이선스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라며 “내년쯤 한국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 임상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킴리아는 1회 투약 비용이 3억이 넘는 초고가 치료제인데 지난해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부담금을 최대 600만원까지 낮췄다. 곽 박사는 BAFFR 치료제의 비용과 관련해 기존 치료제와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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