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루 30알이요”… 원격진료로 마약류 찾는 수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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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내 정신건강의학과 원격 화상진료가 급증하고 있다.
충주구치소 등 5곳의 교정시설에서 원격진료를 담당하는 이강표 정신과 전문의는 "증상에 따라 적당량의 약을 주는 것이 원칙인데, 수감 환자 중 외래진료 때 받은 진단서를 내밀면서 약 처방을 대량으로 해달라는 분들이 있다. 마약류 중독이 의심되는 지점"이라며 "아침에 10개, 점심에 10개, 저녁에 10개를 먹겠다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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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전문의들 “정신과 환자 줄고, 마약류사범 진료 늘어”
공황장애 등 호소하며 ‘약’ 요청
교정시설 내 정신건강의학과 원격 화상진료가 급증하고 있다. 마약 사범들이 옥중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는 통로로 원격진료를 악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도 있다. 중증 정신질환 수감자들에 대한 약물치료로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애초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의 2023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교정시설 원격의료 중 정신과 진료는 3만4170건이었다. 교정시설 전체 원격진료의 85.5%를 차지한다. 10년 전인 2013년 4298건보다 8배 가까이 늘었다.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자가 2013년 2607명에서 지난해 5622명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난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정신과 원격진료 증가폭이 지나치게 가파른 것이다.
이에 대해 교정시설 정신과 원격진료 담당 의사들은 정신과 진료 급증 이면에 마약류 중독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동부구치소 등에서 10년 이상 원격진료를 해온 한 정신과 전문의는 12일 “중증 정신과 환자들이 치료받는 횟수는 줄고, 마약류 사범이 진료를 받는 경우는 늘고 있다”며 “일주일에 한 번 90분 동안 20명의 수감 환자들을 원격진료 하는데, 보수적으로 잡아도 이중 절반 이상은 마약류 사범”이라고 말했다. 수감자들의 범죄 이력이나 의료정보가 원격진료 의사들에게 제공되진 않지만, 진료 과정에서 수감자가 마약 사범이라는 사실을 먼저 털어놓거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신호가 있다고 했다.
정신과 원격진료를 받는 수감자들은 주로 공황장애와 불안장애 등을 호소하며 약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정신과 처방 약물 상당수가 향정신성의약품이라는 점이다. 약물 과다 처방을 요구하는 이들은 ‘콘서타’ 등 ADHD 치료제를 주로 요구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한 정신과 의사는 “마약류 사범들을 접해 보면 ADHD 치료제를 모아 먹으면 마약을 하는 느낌이 든다고들 한다”며 “다들 어렸을 때부터 ADHD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약을 달라고 한다. 우리로선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 보니 그대로 처방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정신과 의사는 “온몸에 문신을 새긴 이들이 나중에 병원을 찾아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잠깐 진료하는 입장에선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주구치소 등 5곳의 교정시설에서 원격진료를 담당하는 이강표 정신과 전문의는 “증상에 따라 적당량의 약을 주는 것이 원칙인데, 수감 환자 중 외래진료 때 받은 진단서를 내밀면서 약 처방을 대량으로 해달라는 분들이 있다. 마약류 중독이 의심되는 지점”이라며 “아침에 10개, 점심에 10개, 저녁에 10개를 먹겠다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교정시설 원격의료시스템은 2005년 10월 안양교도소에 시범 도입됐으며, 2020년 전국 47개 교정기관 및 원격의료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다. 외부병원 전문의가 교정기관에 수감된 환자들을 화상으로 진료·처방하고 교정시설 근무자가 처방된 의약품을 대리 수령하는 방식이다.
한 전문의는 “교정시설 원격진료의 원래 취지는 심한 정신증 환자 치료였다. 수감돼 있는 동안 치료 공백이 발생하면 출소 후 질환이 재발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나온 조치였다”며 “그런데 지금은 마약류 사범들을 위한 창구로 변질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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