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나가면 불안해하는 반려견… ‘홈캠’ 설치 추천 안 하는 이유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2023. 10. 12.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홈캠을 설치해 반려견에게 말을 거는 행위는 반려견을 오히려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려견이 있으면 외출이 쉽지 않다. 보호자가 없을 때 반려견이 수시로 짖거나, 낑낑거리기 때문이다. 보통은 보호자와 분리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탓에 이런 행동이 나타난다. 반려견 분리불안 증상을 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반려견교육센터 '세이프독'의 권기진 행동기반트레이너와 '베럴독' 조재호 훈련사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평상시에 반려인만 따라다니는 것도 분리불안 증상
분리불안 증상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보호자가 없을 때 짖거나 하울링하기 ▲배변 실수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집안을 과도하게 어지럽히기 등이다. 이외에도 개체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유튜브 채널 ‘개훈남tv’를 운영하는 권기진 행동기반트레이너는 “과호흡이 와서 입으로 급하게 호흡한다든지, 본인의 몸을 가릴 수 있는 곳에 숨어있는 일이 반복되기도 한다”며 “반려인이 없을 때마다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느끼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외출할 때마다 반려견이 평소에 잘 들어가지 않던 구석진 곳이나 욕조에 들어가 숨어 있다면 한 번쯤 분리불안을 의심해볼 수 있다.

사소해 놓치기 쉬운 증상도 있다. 유튜브 채널 ‘개랑해TV’를 운영하는 조재호 훈련사는 “보호자가 집 안에 있는데 반려견이 계속 보호자를 쫓아다니는 것도 분리불안 증상”이라며 “다만, 이 증상은 반려인에게 그리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분리불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발을 계속해서 핥거나 발톱, 옆구리 털을 물어뜯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재호 훈련사는 “개는 발바닥과 코에만 땀샘이 있어 스트레스로 열이 오르면 발바닥에 땀이 난다”며 “땀으로 인한 이물감이 느껴져 발바닥을 계속 핥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즈워크 통해 ‘반려인 외출=식사 기회’로 인식시켜야
반려견은 의식주를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보호자가 없으면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인식해 불안감에 떨게 된다. 이것이 분리불안의 배경이다. 조재호 훈련사는 “반려견의 욕구를 반려인이 알아서 해결해줄수록 보호자 의존도가 높아진다”며 “반려견이 조금만 낑낑거려도 안아주는 식으로 과잉보호하지 말고,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리불안은 반려견에게 ‘스스로 생존 활동을 할 수 있고, 스스로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심어줌으로써 완화할 수 있다. 외출할 때마다 ‘노즈워크(nose work)’를 시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노즈워크는 밥과 간식을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주지 않고, 집안 곳곳에 숨겨 스스로 찾아 먹도록 하는 유도하는 것이다. 개가 먹이찾기에 주로 후각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권기진 행동기반트레이너는 “처음엔 노즈워크를 시도해도 보호자의 부재에 온 관심이 쏠려 먹이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니 ‘보호자의 외출=먹이를 찾아 먹을 유일한 기회’로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평상시에 음식을 충분히 제공하면서 노즈워크를 시행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려인 대부분은 정해진 시간에 반려견에게 사료를 급여한다. 그럼 반려견은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가만히 있어도 식사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반려견에게 어느 정도의 위기감을 줄 필요가 있다. 평상시 급여 방식 자체를 노즈워크로 바꾸고, 가급적이면 보호자가 외출할 때만 식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호자 귀가 후엔 곳곳에 숨겨둔 먹이를 회수해 반려견이 먹을 수 없도록 한다. ‘보호자가 외출했을 때 먹이를 찾아 먹지 않아도, 내겐 언제든지 먹이가 주어진다’는 생각의 틀을 깨기 위함이다.

권기진 행동기반트레이너는 “분리불안이 없어질 때까지만이라도 식사를 노즈워크 방식으로 제공하는 게 좋다”며 “보호자가 매일 외출한다면, 반려견이 하루에 먹는 식사량의 90% 정도는 노즈워크로 주고, 나머지 10%를 보호자 귀가 후에 주길 권한다”고 말했다. 노즈워크가 성공하면 반려인이 외출해도 보호자 대신 ‘먹이’에 관심을 쏟게 된다. 보호자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은 자연스레 잊힌다.

◇보호자 감정은 반려견에게 전달돼… 외출 두려워 말아야
보호자가 외출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반려견은 반려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 이 때문에 보호자가 외출할 때마다 반려견 걱정에 안절부절못한다면, 이 감정이 반려견에게 전달돼 분리불안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외출하는 연습을 이어나가야 한다. 권기진 행동기반트레이너는 “분리불안을 고치는 훈련을 하고 있다면, 적어도 하루에 3시간 이상은 집안에 아무도 없도록 하는 게 좋다”며 “가정에 누군가가 계속 머무르는 환경에선 분리불안을 고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재호 훈련사는 “외출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 힘들다면 평소에 한 시간만이라도 나갔다가 들어오는 훈련을 계속하라”고 말했다.

집안에 홀로 남은 반려견을 관찰하기 위한 ‘홈캠’도 추천하지 않는다. 홈캠으로 반려견을 관찰할 정도라면 보호자 본인부터가 외출을 불안해하고 있단 뜻이다. 반려견의 불안함은 반려견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분리불안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홈캠을 통해 말을 거는 행위는 더더욱 좋지 않다. 권기진 행동기반트레이너는 ”홈캠으로 반려견에게 말은 거는 것은 보호자가 올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줘서 반려견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조재호 훈련사는 “분리불안은 특정 보호자의 부재 상황에서 느끼는데, 홈캠에서 보호자 목소리가 들리면 당연히 더 혼란스럽고 불안해진다”고 경고했다.

개는 성견이 되어도 어릴 때와 모습이 비슷하다. 그래서 반려견을 어린아이처럼 대하는 반려인이 많지만, 그리 좋은 행동은 아니다. 반려견의 자립심과 독립성이 사라져 분리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을 진정으로 아낀다면, 건강한 동거를 위해 어느 정도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반려견과 보호자의 잠자리를 분리하는 훈련이 그중 하나다. 반려견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단호해져야 한다. 권기진 행동기반트레이너는 “반려견은 반려인의 마음상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안쓰러워하면서 마지못해 저리 가라고 하는 건 반려견 행동 교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