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장진호 전투, 가장 성공한 작전"…현직 대통령 첫 기념식 참석
“장진호 전투는 영하 40도가 넘는 추위와 험난한 지형, 겹겹이 쌓인 적들의 포위망을 돌파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작전이었다. 중공군의 남하를 억제하고, 흥남지역 민간인들 10만여 명이 자유 대한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장진호 전투 기념행사에 참석해 한 말이다.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가 장진호 전투에서 큰 희생을 치른 미 해병 제1사단과 유엔군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2016년부터 기념식을 개최한 이래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이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 북쪽으로 진출하던 중 중공군 포위망을 뚫고 흥남에 도착하기까지 2주간 전개한 철수 작전이다.
윤 대통령은 “6·25전쟁에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지난 70년 간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으로 발전해 왔으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강력하다”며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북한의 도발과 핵 미사일 위협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우방국들과도 긴밀히 연대하여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며 “장진호 전투 영웅들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 참석 전 전쟁기념관에 있는 고(故) 제럴드 버나드 래이매커 병장 명비를 찾아 참배했다. 장진호 전투에서 중상을 입은 뒤 생사가 확인되지 않던 그는 2018년 북한에서 미국으로 유해가 봉환됐고 이듬해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이어 1950년 흥남철수작전에 참전한 102세 김응선 옹과 1953~1955년 미 제506군사 정보대대에서 복무한 켄림 힌쇼 모이 등 한·미 양국의 6·25전쟁 참전용사와 함께 식장에 입장하며 예우를 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 관련 일정을 연이어 소화했다. 오전에는 용산 청사에서 방한 중인 알라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에스토니아 간 사이버 안보 등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을 평가하는 한편, 앞으로 연구개발(R&D)·방산 등 분야에서도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리스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방위 산업과 디지털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항공협정 서명식을 갖고,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청와대 영빈관에서 ‘청년 화이트해커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오찬을 겸한 행사에는 세계 최고 권위 ‘데프콘 국제해킹방어대회’ 2년 연속 우승자를 비롯해 화이트해커 양성 과정에 참여 중인 중·고교 및 대학생, 군·검·경 등 주요 기관과 기업 재직자 등 100여명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고 방해하기 위해 핵·미사일 개발의 중요한 자금줄로 사이버 불법 활동을 왕성하게 전개하고 있다”며 “사이버상에서 무차별적으로 확대·재생산되는 가짜뉴스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우리 경제와 행정의 안정을 늘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이버 안보는 무엇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이버 10만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우수한 사이버 인재를 양성하겠다”고도 약속했다.
◇UAE 방한 순연=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이달 중순 한국 방문이 연기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중동 지역 내 정세 불안이 가중한 상황을 고려해, 방한 일정을 다시 조율 중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청사 브리핑을 통해 “UAE 대통령의 방한이 순연됐음에도 불구하고 UAE와 진행 중인 300억 달러(약 37조 원) 투자 진행은 전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UAE를 국빈 방문해 무함마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300억 달러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가 재계 로비 받은 듯 비난…김종인, 어처구니없었다 [박근혜 회고록 6] | 중앙일보
- 김용호, 부산 호텔서 사망…강용석 유튜브서 "내가 사라지겠다" | 중앙일보
- 구강암 30세 그녀 폰 보자…‘짜장면 먹방’ 의문 풀렸다 | 중앙일보
- 성악가 김동규 "50세 은퇴하려다…사기 당해 순식간 빚 100억" | 중앙일보
- 야구 오승환이 日서 번 83억원…감사원, 국세청 지적한 이유 | 중앙일보
- "지켜보던 주민 실신했다…북한, 코로나뒤 공개처형 10배 급증" | 중앙일보
- 1만원으로 7777배…이틀연속 복권 당첨된 남성 '행운의 숫자' | 중앙일보
- "저 여고생인데, 술·담배 사 주세요"…"그럼 너 스타킹 줘" | 중앙일보
- '억만장자의 유니클로'…저커버그 옷장 속 회색 티셔츠 비밀 | 중앙일보
- [단독] "한국 다신 안가" 가이드에 욕설 들은 노인, 중국 SNS 난리 (영상)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