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무슨 말 했길래…'부커상' 인도 女작가 고발당한 사연
인도의 저명한 소설가가 13년 전에 했던 발언으로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주인공은 아룬다티 로이(63)로, 『작은 것들의 신』으로 1997년 영국 부커상을 받은 작가다. 정치 및 사회 평론도 적극 해왔으며, 특히 나렌디라 모디 인도 총리를 공개 비판해온 작가다. 타임지가 2014년 선정한 "세계의 아이콘이 된 100인의 인물"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인도 뉴델리 경찰국은 11일(현지시간) "로이가 13년 전 카슈미르 지역 행사에서 했던 발언은 지금도 문제삼을 소지가 충분하다"며 작가에게 법적 처벌을 물을 것이라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델리 경찰 측은 "더 엄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이 정도로 해두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NYT는 "당국은 그러나 정작 13년 전의 일을 지금 왜 문제삼는지에 대해선 확실한 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NYT뿐 아니라 타임ㆍ로이터 등 외신은 이번 조치가 인도 정부의 언론 자유 탄압 본격화의 또다른 신호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로이는 지난주에도 "언론에 자유를 허하라"는 팻말을 목에 건 채 행사에 참석하는 등, 당국의 심기를 노골적으로 건드려왔다. 인도 법엔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에 대해선 처벌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는데, 로이를 포함한 진보 진영은 이 조항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로이의 13년 전 발언은 인도 북부 카슈미르 지역 분쟁과 연관돼있다. 파키스탄 및 중국령과 맞닿은 이 지역은 종교 및 인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도와 물과 기름 같은 관계다. 인도의 힌두교와 달리 이슬람교를 믿는 게 대표적 차이점이다. 그러나 인도의 오랜 앙숙 파키스탄과의 힘의 알력 등으로 인도에겐 정치적으로 놓칠 수 없는 지역이다. 실제로 모디 총리는 카슈미르를 인도령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직접 통치하는 방식으로 바꾸려 한다. 로이 작가 등은 그러나 카슈미르를 놓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정부 입장에선 눈엣가시가 됐다. 로이 작가 본인도 목소리를 굽히지 않으면서 독립 반대 보수 진영과 자주 충돌했다. 로이가 "분열을 조장하곤 한다"(알 자지라)는 인물로도 통하는 이유다.
로이는 2010년 한 토론회에 참석해서 카슈미르의 독립을 주장했고, 이에 대해 당시 보수 진영은 그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법적 처벌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번에 뉴델리 경찰국이 문제삼은 부분은 그 당시 상황으로, 2010년 접수된 고발장으로도 다시 처벌가능하다는 게 경찰 측 논리다.
인도의 언론 자유는 국내에선 뜨거운 감자다. 로이와 같은 인물은 정부와 기업이 유착해 언론을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의 대표적 대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그룹은 70개 이상의 미디어 매체를 소유했다. 이 기업의 대표, 무케시 암바니는 모디 총리와 절친한 사이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인도를 180개국 161위에 랭크했다.
로이는 정치 평론 등을 문학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이 반대하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UN연설 문체를 그대로 가져와 부시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쓰는 방식도 주목받았다. 『작은 것들의 신』은 분쟁지역에서 태어나 운명의 갈림길을 걷는 쌍둥이의 이야기를 전했다. 1997년 부커상을 받았고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판됐다. 후원금을 지급하는 맨 그룹의 이름을 붙여 '맨부커상'이라고도 불렸던 부커 상은 노벨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한국에선 한강 작가가 2016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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