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격’이 불러온 스캔들…日정부 통일교 '해산명령' 청구
일본 정부가 고액 헌금 등을 이유로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 청구를 이르면 오는 13일 법원에 내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종교 단체를 상대로 지금껏 법 위반을 이유로 해산을 청구해 실제로 해산이 이뤄진 건 지난 1995년 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로 물의를 일으켰던 옴진리교, 2002년 사기 사건을 일으켰던 메이가쿠지(明覚寺) 등 단 두 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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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걸친 조사, 종교법인 해산청구 왜
12일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리야마 마사히토(盛山正仁) 문부과학상은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도쿄지방재판소에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종교법인에 대한 해산 명령은 '사형선고’와 같다며 모리야마 문부과학상의 발언을 속보로 전했다.
문부과학성은 이날 오후 종교법인심의회를 열고 지난 1년간 170명이 넘는 피해자에 대한 청문 등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심의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증거가 충분하다”며 만장일치로 해산 청구를 승인했다. 해산 명령 청구는 이르면 13일 법원에 접수될 예정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모리야마 문부과학상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이후 신자들의 정상적인 판단을 방해해 거액 헌금으로 생활의 평온을 위헙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가 인정된 사람은 약 1550명으로, 금액은 204억엔(약 1800억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정식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통일교피해대책변호단은 “조기 해산명령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반면 가정연합은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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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격과 가정연합
일본 정부가 가정연합을 해산해야 한다고 꼽는 이유는 고액 헌금과 영감상법(靈感商法)으로 불리는 불법 판매 행위에 있다. 평범한 물건들을 비싸게 팔면서 악령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 것으로 오랜 시간 사회 문제시됐다.
실제로 마이니치에 따르면 이날 문부과학성은 “영감상법이나 고액헌금과 같은 금전 문제에 대해, 정체를 숨긴 권유에 교단이 조직적으로 관여했고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종교법인법 81조에 따라 종교법인 해산명령 요건에 해당하는 ‘법령을 위반해 현저히 공공복지를 해하는 것이 명확히 인정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994년부터 2020년까지 손해배상액 규모만도 15억엔(약 135억원)에 달하는 총 22건의 민사소송이 이어졌다는 것도 근거로 들었다.
‘통일교 스캔들’이 흔든 1년
일본 정부는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 청구가 가정연합의 불법 행위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조사에 이르게 된 데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7월 아베 전 총리는 선거지원 유세에 나섰는데, 당시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2)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야마가미가 경찰 조사에서 “특정 종교단체에 보낸 아베 전 총리 동영상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 어머니가 신자로 많은 액수를 기부해 파산했다”고 말하면서 관심은 가정연합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이후 이 사건은 여당인 자민당과의 유착 의혹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실제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79명 중 180명이 접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야마기와 다이시로(山際大志郞) 경제재생담당상이 지난해 10월 연루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각료 퇴진도 이어졌다. 사태가 정계 유착 스캔들로까지 번지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바로 해산명령을 염두에 둔 가정연합에 대한 ‘질문권’ 행사와 조사를 지시했다.
기시다 총리까지 나서면서 문부과학성은 즉각 질문권 행사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종교 단체에 질문권을 행사해 조사한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질문권은 지난 7월까지 총 7차례나 행사됐는데, 일본 정부는 가정연합이 100개 항목 이상에 답하지 않았다며 지난 9월엔 과태료 부과를 해야 한다고 법원에 통보하기도 했다.
해산명령, 앞으로의 절차는
법원에 해산명령 청구가 접수되어도 바로 해산 명령이 내려지는 건 아니다. 도쿄지방재판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가정연합과 반드시 해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 측 입장을 듣고 판단을 하게 된다.
도쿄지방재판소는 비공개로 심리를 진행할 예정으로 해산할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엔 해산명령을 내리게 된다. 해산 명령이 떨어져도 불복할 수 있어, 다툼은 대법원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해산명령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종교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종교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수입 등에 대해 종교법인으로서 받았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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