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참패' 후폭풍…尹 정부, 5번째 장관 후보자 낙마
앞선 4명의 국무위원 후보 낙마
국정 쇄신, 메시지 변화 계기될 수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 후 한 달만이다. 정치권에서는 전날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이 김 후보자 자진사퇴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무위원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총 다섯 차례로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저는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이전에 국민의힘 당원이다.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자세로 후보자직을 자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야권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다"며 "제게 주어진 방법으로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언급했다. 주식 파킹과 배임 등의 의혹을 받아 온 김 후보자가 여당 지도부의 사퇴 압박과 비판 여론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셈이다.
지난해 5월 윤 정부 출범 후 국무위원 후보자의 낙마는 김 후보자가 다섯 번째다. 앞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낙마했다. 5명 모두 지명철회가 아닌 자진사퇴로 마무리됐다.
낙마 이유는 모두 달랐지만, 과거 행적들이 국민과 국회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 정부 내각에서 후보자로서 첫 자진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아내, 딸, 아들 등 네 가족 모두가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을 받으면서 '아빠 찬스'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2012~2015년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겨주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죄송한 마음 가눌 길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1기 내각 두 번째 낙마자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역시 ' 아빠 찬스' 논란에 발목 잡혔다.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병역 문제 등 이른바 각종 '아빠찬스' 의혹에 대해 끝까지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행위가 밝혀진 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엔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족한 부분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자리에서 떠났다.
특히 복지부 장관 자리의 경우 후보자가 두 번이나 자진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승희 후보자의 경우 20대 국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던 시절 자신의 정치자금으로 보좌진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고 같은 당 의원들에게 정치자금 5100만원 가량을 지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업무용으로 쓰던 렌터카를 매입하면서 정치자금 1800여만원을 사용하고, 배우자 차량의 보험료로 80만원 가량을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 정부의 첫 번째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희롱 논란 끝에 물러났다.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송 후보자는 지난해 7월 공정위원장 후보에 지명됐지만 2014년 제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외모 품평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같은 논란에 송 후보자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해명했지만 결국 계속되는 여론 지적에 자진사퇴를 결심했다.
김행 후보자의 경우 '주식 파킹'과 배임 논란 외에도 '선거'라는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총선을 불과 반년 앞두고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이 17% 포인트의 큰 격차로 패배한 데 대해 적지 않은 책임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비공개 회의에서도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대통령실에 건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 후보자 역시 입장문에 "어제 늦게까지 강서구 보궐선거를 지켜봤다"며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님께 누가 되어 죄송하다. 본인의 사퇴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는 말을 담았다.
대통령실로서는 지명 철회라는 정치적 부담을 피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자유로운 입장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사면·복권했고, 이에 국민의힘은 공천까지 나섰다. 더욱이 이번 선거가 수도권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선거로 인식됐던 만큼, 윤 대통령으로서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대통령실은 물론 정부여당의 쇄신 바람이 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지만 "(결과를) 차분히 봐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도 '국민 눈높이'를 타깃으로 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전 정권과 북한, 이권 집단 등에 대해 강경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며 차별화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민생과 경제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이미 하반기에는 민생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밖에 대통령실 내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행정관들의 거취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로 여당의 총선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선 과정에서의 선별 과정이 엄격해질 수 있다"며 "결국에는 정치적 기반이 부족한 인사들로서는 조심스러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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