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50억 클럽은 허위" 檢 "200억-50억 별개약속" 첫 재판
“대장동 사업자들 만난 적도 없고,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5억원을 받아서 다시 화천대유 계좌로 전달한 건 인정하지만, 계좌를 빌려준 것 뿐입니다”
‘대장동 50억 클럽’의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 측은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지난 8월 3일 구속돼 수감 중인 박 전 특검은 수의가 아닌 정장차림에 마스크를 쓴 채로 법정에 출석했다. 본인확인 절차 외에 별도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1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를 지냈다. 재판의 대상은 박 전 특검이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양재식 전 특검보를 통해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남욱‧정영학‧김만배 등의 청탁을 우리은행 측에 전달해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원 및 50억원을 약속받고 이중 현금 8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수재)다. 특검으로 재직 중이던 2019년~2021년,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재직중이던 딸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11억원을 받은 것도 박 전 특검의 혐의 중 하나(청탁금지법 위반)다.
‘200억원’ ‘50억원’ 약속받고, 현금 8억원 수수 혐의
검찰은 남욱‧정영학 등이 2014년 10월 ‘우리은행이 컨소시엄 구성 논의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청탁하자 박 전 특검은 이를 당시 이순우 우리은행장에게 전달해 실현했고 이후 김만배‧정영학이 양재식 전 특검보와 함께 실무 논의를 진행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또 검찰은 우리은행이 대장동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박영수‧양재식에게 ‘미래에 200억원 지급’ 및 두 사람 각각에게 ‘주택 1채와 그에 딸린 주택부지 제공’을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또 박 전 특검은 2014년 변협회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 남욱 등으로부터 3억원을 받아 선거캠프 워크샵 등에 사용했고, 2015년 4월엔 대장동 투자의 불확실성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리은행은 미대래에도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에 1500억원 대출을 희망한다’는 여신 희망서를 써달라고 청탁해 받아낸 대가로 5억원을 더 받았다. 그러면서 ‘미래에 50억원 지급 약속’도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5억원은 다시 화천대유 계좌에 입금해 지분을 확보한 것처럼 꾸몄고 나중에 실제로 50억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도 주장했다.
檢 “200억원 약속 회사 망하고, 김만배와 ‘50억원’ 새 약속”
검찰은 “‘2014년 200억원 약속’과 ‘2015년 50억원 약속’은 별개의 약속으로, 각 행위가 범죄”라며 “약속 주체가 남욱에서 김만배로 바뀌었고, 돈을 댄 회사도 서판교에서 화천대유로, 돈을 받는 주체는 박영수‧양재식에서 박영수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서판교자산관리’ 회사 명의로 200억원을 약정했던 남욱이 2014년 12월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수원지검에서 수사를 받기 시작하자 김만배가 대장동 사업 전면에 나서 2015년 2월 동생 명의로 화천대유자산관리를 설립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200억원 약속 범죄는 성립됐지만 서판교자산관리가 망하는 바람에 이행되지 못했고, 박영수와 김만배 사이 새 약속이 이뤄진 것”이라며 “또 현금 3억원·5억원은 위 약속에 포함되지 않은 별개 금품제공 범행”이라고 덧붙였다.
특검 시절 딸이 받은 11억원… “경제공동체”vs“독립생계”
검찰은 “박 전 특검과 딸은 박 전 특검이 딸에게 2012년부터 장기간, 지속적으로 생계비를 지원하는 경제공동체 관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특검에 임명된 뒤 수입이 급감하며 예전만큼 딸에게 경제적 지원이 어려워졌고, 본인이 특검 신분으로 대장동 수익을 받을 수 없어 딸을 통해 받기로 수락했다”며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총 5회에 걸쳐 11억원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 측은 “대장동 사업자들을 직접 만난 적도 없고,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50억 클럽’이란 말을 쓴 김만배도 자신이 꾸며낸 허언이라고 진술했고, 관련 사건(곽상도 전 의원)에서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며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그러면서 “양재식이 남욱‧정영학과 함께 도시개발사업 이해를 위한 스터디를 했는데 박영수 피고인은 그것도 전혀 몰랐고, 그들의 청탁을 양재식이 보고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양재식 피고인도 30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로 자신의 업무를 한 것이지, 박영수와 공모하고 보고하는 사이는 아닌데 검찰이 박영수와 연결고리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5억원을 받아서 다시 화천대유 계좌로 전달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김만배의 요구로 계좌를 빌려준 것일 뿐, 화천대유 지분을 얻기 위해 출자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딸에 대해서도 “결혼해서 독자 생계를 꾸리고,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며 “과거 박 전 특검에게 빌린 돈은 모두 차용증을 작성했고, 변제할 능력도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양재식 전 특검보 측 역시 “박영수와 공모한 적도, 보고한 적도 없고 남욱‧김만배‧정영학의 청탁을 받거나 실무를 한 적도 없다”며 “공모, 청탁, 대가 약속 및 수수부분 등 모든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양 전 특검보 측 변호인은 “대장동 일당과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건, 법률자문과 스터디를 겸하는 자리에 장소만 빌려주고 단순히 참가만 한 것”이라며 “이들로부터 실제 이익을 얻은 것도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박영수 피고인이 구속중인 점을 고려해, 가능한한 매 주 1회 재판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인신구속 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다음 재판은 10월 2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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