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정책 엇박자 논란 '전면전'…가계부채 '제동'
김주현 "정책 모순 아냐…부동산 연착륙 중요"
금융당국이 국정감사에서 쟁점이 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고삐를 더욱 바짝 당길 것으로 보인다. 가계 빚 급증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실패라는 지적과 함께 책임 공방이 불거지면서다.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정면 반박했지만 공감을 얻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선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와 대출 문턱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조4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 확대의 원인으로 꼽히는 주택담보대출 역시 5조7000억원 가량 늘었다. 전 달에 비해 가계대출 증가폭은 축소됐으나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는 가을철 이사 수요가 늘고, 신용대출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로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시중은행 줄줄이 금리 인상…대출 조이기 ‘총력’
가계대출은 전날 진행된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대 화두였다. 특히 50년 만기 주담대와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놓고 당국의 정책이 모순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업무 현황 보고를 통해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최근의 증가세가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가계부채의 양적·질적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 중"이라며 선을 그었다.
실제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우선 50년 만기 대출 등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상환능력 심사를 내실화하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공급 속도를 조절하며,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는 등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국의 정책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들어갔다. 전날 KB국민은행은 가산금리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주요 대출 상품의 금리를 기존보다 최대 0.2%포인트(p) 올렸다. 또 오는 13일부터 50년만기 주담대도 '만 34세 이하'에만 적용키로 했다.
우리은행도 13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p 올리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0.3%p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하나원큐 모바일 앱을 통한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아파트론 및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혼합금리) 상품의 상품별 금리감면율을 15bp 축소 조정한 바 있다.
금융당국과 5대 은행 부장단은 매주 금요일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며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수요 억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주담대 금리 8%대 ‘분수령’…가계 빚 ‘경고장’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가고 시중은행들도 본격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업계는 현재 7% 초반인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연말에는 8%를 넘보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8%대가 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지고 서민경제가 휘청일 것이라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이 더욱 뚜렷하게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 완화와 가계대출 조이기를 오락가락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더해진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3년간 가계부채가 매년 4~6%씩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은 2조8591억원 불어났는데 이 증가 폭은 2021년 10월(3조7989억원) 이후 가장 컸다. 이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반등할 움직임이 보이면서 투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12주 연속 상승세다.
다만 금융당국은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을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감에서 "부채가 많으니 줄여야 하는 것은 기본 원칙이다”며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모순이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며 "경제 환경이 급변해서 그에 따라 정책이 바뀌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동산 연착륙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이 폭락하면 국토부와 대책을 내놓지 않냐"며 "시장 상황을 보면서 미세조정을 하면서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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