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한방 온다"…공습 사흘 전, 이집트는 이스라엘에 경고했다
중동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에 대비하지 못하며 막대한 타격을 입은 데 대해 주변국의 경고를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측은 사전 경고는 없었다며 강하게 부인 중이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 상황에 정통한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해 이집트 정보당국이 여러 차례 하마스의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이스라엘 측이 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FT는 “특정 공격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부연했다.
이날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도 이집트의 사전 경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 정보당국으로부터 이스라엘 사태에 관한 비공개 브리핑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집트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그 사태 사흘 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비밀로 분류된 정보에 너무 깊이 들어가길 원치 않지만, 경고는 있었다”며 “어느 급에서 이뤄졌는지가 의문 사항”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일 AP 통신도 익명의 이집트 정보기관 관리를 인용해 “이집트 측이 ‘큰 것 한 방’(something big)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이스라엘 정부에 경고했으나 과소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강력한 장벽으로 둘러싸고, 로켓 공격 등을 막는 방공망 ‘아이언 돔’ 시스템까지 갖추면서 경계심을 풀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이스라엘 총리실은 보도가 나온 직후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총리실은 9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집트 측으로부터 사전에 메시지를 받았다는 보도는 새빨간 거짓”이라며 “이집트에서 사전에 온 메시지는 없었다. 총리는 정부 수립 이전부터 이집트 정보기관 수장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얘기하거나 만난 적도 없다. 완전히 가짜뉴스”라고 반발했다.
미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이스라엘 정부가 사전 경고를 무시했다는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의 재연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가말 압델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의 사위인 아슈라프 마르완이 전쟁 발발 전날 “내일 전쟁이 개시된다”고 이스라엘에 알렸지만, 이스라엘군 정보국인 아만의 엘리 제이라 국장은 이 같은 징후를 무시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집트가 전쟁을 벌이려면 텔아비브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장거리 폭격기를 소련으로부터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후 이스라엘은 허를 찔렸고, 수많은 인명을 희생해 전쟁을 수행했다.
한편 지난 7일 개전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사망자 수는 지난 2014년 50일 전쟁 당시와 맞먹는 2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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