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신 '아르테미스', 태초의 인간 '아담'의 심장 꿰뚫다
[이윤파 기자]
▲ 단단한 경기력으로 업셋을 만들어낸 Team Whales |
ⓒ LOL Esports SNS |
월드 챔피언십이 개막한 지 2일차에 최대의 이변이 일어났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플레이-인 스테이지 B조 경기에서 VCS의 2시드 Team Whales(이하 TW)가 LCS의 4시드 Team BDS(이하 BDS)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이 이변의 중심에는 TW의 원거리 딜러 '아르테미스' 쩐꾸옥훙이 있었다.
아담의 두 번째 필살기 다리우스, 협곡을 지배하다
1세트에선 '아담' 아담 마나네가 자신을 상징하는 챔피언 다리우스를 꺼내며 화끈한 경기를 예고했다. 이에 TW의 탑 '스파르다' 응우옌보안호앙은 레넥톤으로 점화까지 들며 정면승부를 감행했다.
'아담'은 1레벨부터 점화와 유체화를 모두 사용하며 과감하게 딜교환을 걸었다. 결국 레넥톤의 체력과 점멸이 빠진 상황에서 BDS의 정글 '셰오' 테오 보릴레의 렐이 탑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레넥톤은 14분이 채 되기도 전에 0/5/0이라는 처참한 킬스코어를 기록했다.
TW는 다수의 인원을 투입하며 다리우스를 제압하려 했으나 그때마다 '아담'은 정교한 스킬 활용과 신묘한 움직임으로 위기를 피해갔다. 결국 너무나도 과하게 성장한 '아담'의 다리우스가 게임을 지배하며 BDS가 압도적으로 1세트를 가져갔다.
가다세올 없는 '아담', '아르테미스'의 사냥감이 되다
그리고 맞이한 2세트, TW는 '아담'의 다리우스를 밴한다. 이에 '아담'은 레넥톤을 픽한다.
2세트는 1세트와 달랐다. '스파르다'의 크산테가 초반 라인전을 잘 수행했고, TW는 BDS에 오브젝트를 내주는 와중에도 조합의 강점을 잘 살리며 상대 챔피언들을 처치하며 킬 스코어에서 앞서갔다.
그 와중에도 '아담'은 탑에서 크산테를 상대로 솔로킬을 거두고, 미드 로밍을 통해 TW의 미드 '글로리' 레응옥빈의 신드라를 처치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13분경, 잘 성장한 '아담'이 바텀에서 '아르테미스'의 카이사를 앞에 두고 욕심을 부리다 제압킬을 헌납했다.
그리고 24분경 바론 지역 한타에서 TW의 서포터 '비' 쩐둡히우의 노틸러스의 궁극기 폭뢰가 4명을 띄운 것을 시작으로 TW가 중요 스킬을 적중시키며 한타를 승리했고 동시에 바론까지 챙기며 큰 격차를 벌린다.
이후 TW가 공성하는 과정에서 BDS가 '아르테미스'의 카이사를 노골적으로 노렸지만, 그때마다 초시계와 수호천사를 활용하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갔다. 결국 38분 BDS의 미드 '누크' 일리아스 비즈리켄의 탈리야가 없는 상황에서 '아담'의 레넥톤이 무리하게 포지션을 잡다 4:5 한타가 열렸고, 그대로 BDS의 챔피언이 휩쓸리며 TW가 2세트를 가져갔다.
그리고 펼쳐진 이번 월드 챔피언십 첫 3세트, 이제 완전히 몸이 풀렸다는 듯이 TW는 2세트보다도 빠르게 게임을 굴려나갔다.
7분경 '비'의 노틸러스가 상대 이즈리얼의 비전이동을 예측한 그림같은 그랩을 선보이며 TW가 선취점을 따낸다. 그리고 연이어 TW의 정글 '빈제이' 쩐반찐의 리신과 '스파르다'의 크산테가 '아담'의 레넥톤을 제압하며 탑과 바텀 양쪽에서 이득을 보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TW가 앞서나가고 있던 18분, 협곡의 전령과 함께 상대 미드 1차 타워를 공성하던 '아담'이 상대에게 잡히며 순식간에 미드 2차 타워를 상대에게 헌납했다. BDS도 그 과정에서 상대 리신을 잡고 용을 챙겼지만 기분이 좋진 않았다. 그리고 연이어 '아담'이 직전에 깨지 못한 타워를 부수다 '아르테미스'의 표적이 되며 다시 1킬을 허용했다.
그렇게 성장격차가 벌어지고 TW에 바론과 타워, 킬까지 계속 허용하면서 버티고 있던 BDS는 32분에 마지막 기회를 잡는다. 바론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글로리'의 르블랑을 끊어내며 4:5 상황을 만들었다. 수적 우위인 상황에서 BDS는 과감하게 바론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의 자야와 '스파르다'의 크산테는 5명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상황이었다. 결국 TW가 4:5 한타를 승리하고 바론까지 가져가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결국 41분 만에 TW가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대이변을 만들었다.
단단했던 TW, 길을 잃은 BDS
TW는 플레이 인 스테이지에서 가장 강력한 팀이라고 평가받던 BDS를 제압하며 스위스 스테이지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전날 GAM이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무너진 VCS의 자존심을 세웠다.
TW 승리의 주역은 바텀듀오였다. '아르테미스-비' 듀오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베트남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 중국을 패배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저력을 보여주며 큰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아르테미스'는 본인의 닉네임처럼 사냥의 신과 같은 활약으로 원딜 캐리의 진수를 보여줬다. 카이사와 자야라는 고점 높은 챔피언을 활용하며 엄청난 딜을 넣었고 게임 내내 BDS의 원거리 딜러 '크라우니' 유쉬 마루시치에 비해 우월한 성장력을 보여줬다.
'비'의 경우에도 2,3세트에서 노틸러스로 멋진 스킬 활용을 보여주며 라인전과 한타에서 활약했다. 특히 3세트 초반에 날린 예측 그랩은 경기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반면 BDS는 초비상상태다. 예상치 못한 패배로 이제 한 경기라도 패배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과거 2020년과 2022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LEC의 매드 라이온즈가 4시드로 출전해 플레이 인 스테이지에서 탈락한 전례가 있다.
패배하는 과정도 좋지 않았다. 1세트에서는 '아담'의 다리우스 픽을 중심으로 손쉽게 게임을 가져왔지만 2세트부터는 달랐다. 다리우스가 견제 당하자 선택한 레넥톤 플레이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탑을 제외한 다른 라인은 전반적으로 상대 라이너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아담'도 팀이 불리한데도 과감한 플레이를 하다 킬을 헌납하기도 했다.
결국 상대가 '아담'의 픽을 견제하며 변수를 없애고 단단하게 경기를 운영하자 BDS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즉 아담만 견제하면 BDS의 힘이 절반 이하로 준다는 공략법이 입증된 경기였다.
'아담'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1세트 이후 팀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3세트 밴픽도 확실히 정하지 못하고 밴픽을 진행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제 BDS에게 남은 기회는 단 한 번이다. 스위스 스테이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아담' 이외에도 다른 라이너들의 활약이 필요하고, 팀적으로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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